中어선 '침범 조업' 갈수록 극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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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서해 백령.대청 어민들이 중국 어선들의 무차별 '침범조업'에 맞서 해상 시위에 나섰다.

24일 백령도와 대청도 어민들에 따르면 수백척의 선단을 이룬 중국 어선들이 북방한계선(NLL)을 넘나들며 싹쓸이 저인망 조업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금어기도 없이 광어.꽃게.우럭.잡어 등을 가리지 않고 잡아가 물고기 씨를 말리고 있다. 우리 어민의 조업이 통제되는 NLL 인근 수역을 침범한 중국 어선들은 해양경찰청 고속정이 접근하면 NLL 북쪽으로 달아나 단속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들의 횡포로 백령도 특산품인 까나리 생산량은 지난 6월까지 87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백t)의 14%선에 그쳤다. 올해 9월 연평지역 꽃게 어획량도 지난해 같은 기간(5백55t)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2백55t에 불과했다.

중국 어선들이 집중적으로 침범하는 곳은 북한 장산곶과 백령도 사이 북방한계선 남~북 4㎞의 완충해역. 특히 밤에는 백령도에서 1백m 떨어진 코 앞까지 들어와 마구잡이 남획은 물론 어구까지 훔쳐가고 있다.

이에 못 견딘 연평어민들은 24일 오전 7시 60여척의 어선을 몰고 불법조업 중인 중국 어선들을 향해 돌진했다. 놀란 중국 어선들이 북쪽으로 도망치고 해군함대와 해양경찰청이 제지에 나서 유혈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인천해경은 이날 현장에서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침범한 혐의로 중국 랴오닝성 선적 37t짜리 어선 등 3척을 나포했다. 항의시위를 벌인 우리 어선들에 둘러싸여 붙잡힌 이들 어선에는 1천2백여kg의 어획물이 발견됐다. 불법 조업이 기승을 부리면서 올 들어 24일까지 해경에 나포된 중국 어선은 모두 97척. 이는 지난해 나포한 25척의 4배에 가깝다.

중국 어선 때문에 어획량이 급감하자 백령.대청 어민들은 조업기간 연장과 조업구역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 월 10일로 묶여 있는 조업기간을 백령도 서남측과 소청도 남측 어장에 대해 연중 조업이 가능하도록 하고, 조업이 완전히 금지돼 있는 백령.대청도 동측 어장도 풀어달라는 것.

그러나 정부는 월선 조업과 남북한 간 군사적 충돌을 우려해 어업지도선의 추가 배치 없이는 어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편 해양부는 상황이 심각해지자 24일 "침범이 잦은 중국 랴오닝성 선적 어선의 입어를 제안하고 이 지역에서 가공된 수산물에 대한 수입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발표했다. 정부는 또 중국 어선의 침범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이날 해양부.통일부.외교부.해경 등으로 구성된 조사단을 연평 해역으로 급파했다.

인천=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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