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알고나 탑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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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얼마전 올림픽도로에서 겪었던 일이다. 앞차에 탄 사람들이 담배를 피우면서 창을 열고 담뱃재를 턴다 싶었는데 갑자기 나의 왼쪽 팔뚝이 뜨끔하여 하마터면 핸들을 놓칠뻔한 일이 있었다.
담뱃재를 털때 같이 떨어진 불똥이 가뜩이나 빽빽히 늘어서서 달리는 올림픽도로에서 바람을 타고 창문을 열어둔채 가던 내차의 운전석 속으로 빨려든게 분명했다.
자신의 차안이 더러워질까봐 바깥으로 재를 털다니….
차를 타다보면 의젓하게 한손으로 담배를 꼬나든채 운전하는 사람들을 보게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이런 사람들은 때가 되면 잠시 한눈을 팔면서 아무렇게나 재를 창밖으로 털어낼뿐만 아니라 다피운 다음 꽁초를 창밖으로 또 아무렇게나 휙 내던져버리곤 한다.
이 얼마나 위험한 짓이며 또 비열한 행동인가. 담뱃재나 꽁초를 차안에서 밖으로 아무렇게나 버린다는 것 자체는 자신에겐 직접적인 영향이 전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운전자가 가뜩이나 복잡한 교통난속에서 담배 피우는데 한눈을 판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모른다.
더구나 함부로 버리는 꽁초와 재가 뒤따르는 차나 옆에서 달리는 자동차에까지 얼마나 위험스런 영향을 주는가를 이런 사람들은 아예 무시해 버리는 것 같다.
이런 몰상식한일은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창문을 열고 가래침을 뱉는다든지 날씬한 숙녀가 껌을 씹다가 퉤 하고 뱉어버리는등 얼마든지 있다.
이런 행위는 핸들을 잡고있는 운전자뿐만아니라 뒷자리에 탄사람들도 모두 마찬가지로 조심해야할 일이다.
또 요즘 행락철을 맞아 자동차를 타고 놀이를 가는 사람들이 음식물을 잔뜩 싣고 유원지에 가서 먹고는 쓰레기를 마구 버리는 일이 늘고있다.
기동성과 운반성이 좋아지니까 더많은 쓰레기들이 유원지나 계곡에 대량 유입되고 있는 것이다.
필자가 얼마전 휴일 경기도에 위치한 백운계곡에 가보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자동차가 많아진 요즘 전보다 훨씬 대량의 고기·채소·과일등을 그 깨끗한 계곡으로 가져가 먹고 마시며 즐기게된 것까지는 좋았는데 내려오는 사람들의 손을 보면 먹고 남은 쓰레기를 들고 오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다.
그곳에 쓰레기를 버릴 수 있는 곳이 따로 설치돼있거나 그 쓰레기를 정기적으로 치우는 쓰레기차가 들어갈 수 있다면 별문제일 것이다.
이런 일은 마치 아주 편리해진 자동차로 쓰레기를 하나 가득 싣고가서는 그 깨끗한 유원지나 계곡에 버리고 오는 꼴이다.
자동차가 있으니 자신이 만든 쓰레기는 자신이 싣고 오면 얼마나 좋겠는가. 자동차는 그 올바른 문화가 정착돼야 문명의 이기구실을 한다는 사실을 이런 측면에서도 엿볼 수 있다. 김천욱 <연세대공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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