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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형 교회 운영' 어떻게 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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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인공위성으로 받은 목사의 설교를 대형 스크린을 통해 듣는다. 폐쇄회로 TV를 이용한 예배는 이제 구문(舊聞)이다. 이러한 중계 예배는 현재 한국 대형 교회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이를 예배로 볼 수 있을까. 서울신학대 조기연 교수는 "아니다"고 말했다. 설교 듣는 것을 예배로 여기는 건 한국 교회의 독특한 현상이며, 목사를 하나의 상품.브랜드로 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예배를 관전한다"고 표현했다. 월드컵 당시 서울시청 광장에서 함께 웃고 울었던 감동과 중계 예배의 감동은 본질적으로 같다는 것이다.

한국의 대형 교회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그 현실과 미래를 조망하는 심포지엄이 월간 '기독교사상' 주최로 오는 27일 한국교회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다. 주제는 '한국교회 지성전(枝聖展) 체제 무엇이 문제인가'. 한국 대형 교회의 성장 양상에 대한 기독교 내부의 의견이 모이는 첫 행사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지성전은 본성전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일종의 분점(分店)으로, 규모가 커진 모(母)교회(본점)가 곳곳에 지교회.분교회를 세우는 것을 가리킨다. 1980년대 후반 여의도 순복음교회를 시작으로 현재 은혜와진리교회.온누리교회.광림교회 등이 뒤를 잇고 있다.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 박득훈 목사에 따르면 여의도 순복음교회는 90년대 중반 이후 건립을 중단했으나 온누리교회는 지난 4월 '액트(Acts) 29'란 프로젝트에서 향후 30개의 비전(지성전)교회를 세우겠다고 발표했다. 은혜와진리교회는 안양을 중심으로 수원.과천.안산 등에 20개가 넘는 지교회를 두고 있다.

이들 교회의 특징은 모교회와 지교회를 연결한 공동 예배를 본다는 점. 교회마다 사정이 조금씩 다르나 주로 모교회 담임목사가 전체를 총괄한다. 규모가 커진 모교회가 신도 수용의 한계를 느껴 '지점'을 낸 것으로 이해되나 한국 특유의 성장 제일주의가 작용한 측면도 있다.

교회의 대형화는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미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최근 '메가처치스, 메가비즈니스(Megachurches, Megabusiness)'란 글에서 대형 교회는 기독교 자본주의의 산물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지성전 같은 형태는 미국에서도 거의 볼 수 없다.

심포지엄에선 지성전에 대한 경제적.신학적.성서적 해석이 시도된다. 총신대 정훈택 교수는 "일치의 방향으로 가야 할 교회가 오히려 교회간 장벽을 더 높이 만드는 일"이라고 지적했고, 감리교신학대 이정배 교수는 "목회자의 유명세에 따른 브랜드를 사용해 '신(新)사도행전'을 쓰고 있다"고 꼬집었다.

요즘 불교.기독교.천주교 등 한국의 종교는 경영 기법에 관심이 크다. 기업 운영 방안을 종교에 접목, 교단 및 선교를 정비하려는 뜻에서다. 기독교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지성전 논란이 이런 추세 속에서 어떻게 기능할지 지켜볼 시점이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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