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해진 「광고공」 “변태온상” 드러나/2천5백억 변태지출 안팎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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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돈받은 단체선 엉뚱한 곳에 써/「방송개편」 맞춰 존폐논쟁 일듯
방송광고공사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결과는 그동안 방송계ㆍ광고업계 등에서 끊임없이 나돌던 방송광고공사의 공익자금 운용비리를 공식 확인한 셈이다. 87년 언론기본법이 폐지되면서 존폐논쟁이 뜨겁게 달아올랐던 한국방송광고공사는 정부의 방송구조개편추진에 즈음한 감사원의 비리 감사에 따라 또 한차례 존폐논쟁의 진통을 겪게될 것 같다.
더구나 정부의 방송구조개편에서 광고공사를 현행대로 유지함은 물론 신설되는 민영방송의 광고영업권과 일정률의 공익자금회수를 존치토록 하고 있어 이번 감사결과로 비판을 받을 소지가 더욱 커졌다.
한편 정부는 공익자금사용의 객관성 확보를 위해 공익자금관리위원회를 신설키로 했으나 이 위원회는 광고공사 내적기구로 지금까지 기능이 유명무실했던 공익자금운용협의회나 다름없어 공익자금 운용상의 구조적 문제점들을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감사원이 한국방송광고공사ㆍ공보처 등에 통보한 「감사결과 처분요구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문예진흥원=89년 광고공사로부터 1백68억원을 지원받아 「창작의 집 건립」 「서울올림픽 문화예술축전1주년 기념공연」 등을 공익자금 지원대상사업으로 선정했으나 이와는 관계없는 자체 연수관 및 자료관의 운영비로 5억6천4백만원을 전용하고 공익자금을 사용키로 한 「한국미술소개자료 배포사업」 등 12개사업에 집행키로한 4억3천4백만원은 감사때까지 전혀 사용치 않았다.
89년9월 국립무용단 동남아 6개국 순회공연중 호주공연이 추가됐을때 항공료 등 6백97만여원만 추가지원하면 되는데도 새로 6개국 순회항공료 전액인 2천9백98만여원을 지급해 2천3백여만원을 부당하게 사용했다.
88년 한국문화재 보호협회에 전통문화활동사업비로 지출된 1억7천7백여만원중 공익목적사업과 관련이 없는 협회임원 보수 등으로 8천3백만원이 변태지출되기도 했다.
◇한국방송개발원=지난해 3월 공익자금으로 70억원이 지원됐으나 인건비 1억2천2백만원ㆍ회의비 4천7백여만원 등 소모성 경비만으로 쓰여지고 사업계획 예산에 없는 운영협의회 개최비 등으로 3천4백여만원ㆍ직원개인차량수리 및 주차비 등으로 2백58만여원 등이 변태지출됐다.
◇한국방송광고공사=89년4월 산하 「뉴서울컨트리클럽」 골프회원 64명으로부터 수납한 37억여원은 문예진흥원에 납부토록 돼 있었으나 이를 국민은행 광화문지점에 임의로 예치,예금이자 1천4백여만원을 변칙 전용했다.
◇방송위원회=88년예산 31억1천5백만원중 24%인 7억3천3백만원을 불용처리하는 한편 89년엔 60억2천6백만원의 예산을 근거없이 증액했으나 이중 55%만 집행하는 등 방만하게 운용했다.<채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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