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한 여자는 가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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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부자동네 중 하나인 웨스트 본 그로브에 있는 한 유기농 상점엔 주스 바가 있다. 그곳에 앉아 있으면 흥미로운 광경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장을 보러 온 사람들 대부분이 주스 바에서 붉은 색 음료를 주문하는 장면이다. 이유는 그 음료가 디톡스(DETOX)에 효과가 있는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전적 의미로 '몸 안의 독소를 없앤다'는 디톡스….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가에서 최근들어 유기농으로 식탁을 바꾸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디톡스 열풍이 일고 있다. 블록마다 하나씩 있는 드럭 스토어에는 디톡스 코너가 따로 마련돼 있을 정도다. 목욕 제품부터 먹는 알약까지 독소를 제거하기 위한 다양한 상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참으로 다양했다. 디톡스가 웰빙 트렌드와 맞물려 가장 따라 하고 싶은 라이프 스타일이 되고 있는 것이다.

중앙일보 프리미엄은 서울에서 음식과 운동 그리고 뷰티로 나름의 디톡스 라이프를 실천하는 세 명의 주인공을 만났다.


#푸드 스타일리스트 천현정
동생과 함께 케이터링 업체 '슈슈'를 운영하는 천현정은 늘 스트레스가 문제였다. 직업상 많은 사람을 상대해야 하고 고객들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부담감이 주된 원인. 완벽주의적인 성격 탓에 중요한 행사 전날에는 잠을 설치기가 일수였고 일이 몰릴 때는 아예 밤을 새우는 날도 많았다. 이같은 스트레스는 결국 피부 트러블로 나타났다. "체질적으로 민감한데다 아토피성 피부마저 가지고 있어 스트레스를 받으면 얼굴이 심하게 울긋불긋해 졌어요. 피부과 치료도 받아보고 좋다는 제품도 추천받아 썼지만 그때뿐이었죠." 스트레스가 피부 트러블을 만들고 그 트러블이 스트레스를 만드는 악순환이 계속 되면서 사회 생활하는데 어려운 점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결국 그는 이 연결고리를 끊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뭔가 효과적인 방법을 찾던 중 나이보다 한참은 어려보이는 어머니에게서 그 해답을 찾게 됐다. "유난히 젊어 보이는 어머니는 몸에 좋은 것들을 꼭 챙기세요. 아침마다 산책로를 걸으며 가벼운 운동을 하고 피부에 좋은 음식들을 골라 드시죠. 그래서 만나는 사람마다 피부 비결을 묻거나 너무 젊어 보여 계모가 아닌가 의심을 하기도 했죠." 그는 먼저 자신의 식습관부터 바꿨다. 역겨웠던 감식초 대신 홍초와 일본산 흑초를 마셨다. 밀가루·설탕 등 정제된 화이트 푸드는 입에 대지 않았다. 현미와 흑미를 넣어 만든 밥을 먹고 아침은 집에서 직접 만든 두유로 해결했다. 이른바 디톡스 스타일로 생활 습관을 바꾼 것이다. 또 스케줄이 없을 때에도 오전 8시에 일어나 헬스 클럽에서 아침 운동을 했다. 아침 운동이 스트레스 해소에 큰 도움이 됐다. 이같은 생활 습관을 반복하면서 스트레스도 해소되고 얼굴 피부도 몰라보게 좋아졌다.

그는 "디톡스란 오염된 몸과 마음을 최대한 순수의 상태로 회복시키는 것이라 생각해요. 잘못된 식습관을 바로잡아 신체의 독소를 제거하는 것은 물론이고 긍정의 힘을 외치며 마음의 유해 요소인 스트레스를 없애려고 노력하는 것이다"며 예찬론을 폈다.

갤러리아 백화점 명품관 웨스트 식품관(3449-4114), 커피빈 수퍼스타점(3446-7058)


#요가강사 제시카
거쳐가지 않은 스타가 없을 정도로 많은 스타들을 요가 삼매경에 빠지게 한 주인공 제시카. 최근 요가 비디오 출시와 책 출간을 앞둔 그는 스케줄을 잡기 힘들 정도로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20대 중반의 나이지만 벌써 베테랑 요가 강사로 인정받는 그의 삶에는 역시나 요가가 깊이 자리 잡고 있었다. "요가는 나란 사람이 누구이며 나를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를 알려준 고마운 존재예요. 요가를 통해 행복하게 사는 법을 배웠고 삶의 목표를 만들었어요." 하루에도 몇 시간씩 요가를 하고 가르치지만 전혀 싫증을 느끼지 않는다. 요가는 자신의 존재이유이기 때문이다. 남들은 요가로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데 정작 요가를 가르치는 그는 어떨까?

"일을 마친 뒤에는 명상 음악을 틀어 놓고 휴식을 취해요. 가만히 앉아 있기도 하고 몸이 정말 지쳐 있을 때는 아예 누워 있어요. 또 반신욕이나 족욕을 하면서 저에게 긍정적인 자극을 주는 책을 읽어요." 요가를 통해 인내를 배웠다는 그는 스트레스를 쉽게 받지 않는다고 말한다. "요가가 마치 다이어트의 한 방법처럼 알려졌지만 그건 요가가 주는 효과의 극히 일부분일 뿐이에요. 요가는 사람을 변화시켜요. 내 몸과 정신 모두를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운동이죠."그는 또 늘 마음속으로 설레임을 느낄 수있는 일을 하는 것도 건강한 정신과 신체를 유지하는데 중요하다고 말한다. "저는 요가를 하기 전과 운동중,그리고 운동을 끝낸후에 물을 많이 마시죠. 물이 몸속의 노폐물을 밖으로 배출하는데 도움을 주거든요. 이게 바로 디톡스 아닌가요?"
퓨어 요가 대치점(558-0029)


#프레쉬 CEO 제니퍼 박
마흔여섯의 나이에 두 아이의 엄마이자 코스메틱 브랜드 CEO인 제니퍼 박. 그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의 전부였다. 좋은 성분들을 사용한 제품으로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프레쉬의 오너라는 사실이 취향의 일부를 짐작할 수 있는 정도. 약속 시간에 맞춰 문을 열고 들어온 그를 보고 깜짝 놀랐다.

나이의 흔적을 느낄 수 없을 만큼 맑고 투명한 피부와 미모를 간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단아한 외모는 타고났다고 쳐도 웃을 때 생기는 약간의 주름을 제외하고는 나이를 짐작할 수 없게 만드는 피부는 뭔가 대단한 비밀이 있을 것 같았다. 한국과 미국을 오가는 바쁜 일상과 론칭 후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브랜드 덕에 늘 빡빡한 일정과 업무에 시달리는 그가 이처럼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비결은 뭘까. 그의 대답은 간단,명료했다. 적당한 스트레스는 오히려 일의 긴장감을 주고 머리 회전을 빠르게 한다는 것이다. 일을 즐기라는 뜻이었다. 바쁜 시간속에서도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빼놓지 않는다. 아이들이 자신에게 주는 즐거움은 어느 것과도 비할 바가 못 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자신만을 위한 시간과 공간도 철저히 마련해 놓는 것을 잊지 않는다. "아무리 바빠도 일주일에 두 번은 나를 위한 시간을 만들어요. 목요일엔 압구정 부티크의 스파에서 2시간 정도 관리를 받고 금요일 저녁엔 데이트 데이로 정하고 남편과 시간을 보내죠." 자신 앞에 놓인 여러 가지 타이틀을 벗어 던지고 오로지 '나'를 만나는 시간을 꼭 갖는 것이 그가 스트레스를 날리는 비결이다. 그리고 그날 그날 컨디션에 따른 바스 타임을 통해 몸을 정화하는 일도 빼놓지 않는다. "프레쉬의 사케 바스 마니아에요. 정말 피곤한 날 사케 바스를 욕조에 풀고 15분간 반신욕을 하면 금새 피로가 풀리죠."

미식가로 통할 만큼 음식에도 관심이 많은 그는 잡지에 소개된 맛집들을 PDA에 저장해 두었다가 찾아다니는 즐거움도 자신만의 디톡스 방법이라고 말한다. "맛은 물론이고 보기에도 좋은 음식을 먹으려고 해요. 비싼 음식만 골라 먹는 것이 아니라 잘 만들어진 건강식을 찾아다니는 것이죠."자신에게 주어진 업무를 기꺼이 즐기는 긍정적인 태도와 철저한 자기 관리가 그를 젊고 아름답게 만드는 비결이다.
프레쉬 압구정 부티크(547-8985)

프리미엄 조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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