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핵실험 실체 방사능 탐지 전까지 핵실험 단정 못 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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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9일 실시한 지하 핵실험은 핵무기 개발 직전의 단계에서 한 것으로 보인다. 인도나 파키스탄도 1998년 5월 핵실험 뒤 곧바로 핵무기를 만들었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때 플루토늄(Pu-239)을 핵물질로 사용해 만든 '팻맨'을 뉴멕시코주의 사막지역에서 실험한 뒤 23일 만에 일본 나가사키에 투하했다. 그러나 북한의 핵실험에 따른 지진 규모가 당초 예상(4.0)보다 작은 3.58로 측정돼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 북한 핵실험 분석의 네 가지 시나리오=첫째, 북한이 1kt급 이하의 소형 전술 핵탄두를 개발해 먼저 실험했을 가능성이다. 지진 규모 3.58은 0.8kt급의 소형 핵탄두를 폭발시켰을 때 나오는 것이다. 1kt급 소형 전술핵을 만들려면 10~20kt급 핵탄두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핵 관련 기술이 필요하다. 1kt급을 실험하면 10kt급을 당연히 만들 수 있다는 게 정설이다. 이럴 경우 북한은 미.일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10kt급 핵탄두를 한 번 더 실험할 가능성이 크다.

둘째, 10kt급의 전략 핵탄두를 실험했으나 부분적으로 실패했을 가능성이다. 지하에서 실험한 핵탄두가 충분한 횟수의 연쇄반응으로 많은 에너지(폭발력)를 방출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북한 지도부는 핵탄두를 보완해 다시 핵실험을 실시해야 한다.

셋째, 핵실험을 가장해 TNT를 폭파시켰을 수 있다는 가설이 나온다. 미국 몬트레이연구소에 근무하는 신성택 박사는 "핵실험을 하면 반드시 방사능 물질이 외부에 누출되는데 아직 탐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일 후에도 대기 중에서 방사능이 탐지되지 않으면 핵실험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신 박사는 또 "보통 핵실험을 할 때는 한 번에 2~3발 이상을 동시에 폭발시킨다"며 "그러나 북한의 발표 내용(조선중앙통신 보도) 속에선 몇 발을 폭발시켰는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은 핵실험 뒤 발생하는 지진 규모에 대한 측정의 불완전성 때문에 제기된다. 북한이 핵탄두의 폭발 규모를 속였을 가능성이다. 선발 핵 보유국에선 핵실험을 실시할 때 외부에 정확한 정보를 노출하지 않으려고 핵탄두를 강철 또는 콘크리트 등으로 감싼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지하에서 포착되는 지진 규모는 줄어든다. 한.미. 일이 이날 측정한 지진 규모는 모두 달랐다. 한국은 지진 규모를 3.58로 탐지했지만 미국은 4.2(7kt급), 일본은 4.9(50kt 이상)로 각각 측정했다.

◆ 북한이 갖출 핵전력=북한이 실험한 핵탄두는 플루토늄탄(彈)일 것으로 추정된다. 앞으로 영변의 5MWe급 제1원자로에서 빼낸 사용 후 핵연료를 이용해 플루토늄을 계속 생산할 수 있음을 감안한 것이다. 그러나 우라늄을 사용한 핵탄두를 만들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금속 우라늄 20~53㎏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1kt급을 실험해 완벽하게 성공했다면 한.미 정보당국이 당초 추정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양의 핵탄두를 보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핵탄두 하나를 만드는 플루토늄 분량(5~6㎏)보다 훨씬 적은 양이 들어가는 소형 핵탄두를 제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북한은 앞으로 6개월~1년 이내에 1kt급 소형 전술핵 100발 이상에다 대포동.노동.스커드 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는 핵탄두 10여 발까지 제조 가능하다.

◆ 수평 갱도에서 실험=북한은 예상과 달리 수직 갱도가 아니라 수평 갱도에서 핵실험을 했다. 핵실험 장소를 은폐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깊이 300m 안팎의 수직 갱도를 파려면 중장비 이동, 지하수 처리 등 작업량이 몇 배나 많아져 정찰위성 등에 조기 탐지될 가능성이 큰 것을 감안했다는 얘기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 ㏏=핵무기의 위력을 설명할 때 쓰는 용어. 킬로톤(kiloton)의 준말이다. 1㏏은 에너지 총량 기준으로 TNT 1000t을 터뜨리는 폭발력과 같다. 핵무기는 폭발 시 에너지가 폭발력과 열.방사능.전자기파 등 다양한 형태로 바뀐다. TNT는 폭발력과 열로만 바뀐다. 지하에서 핵실험을 할 때는 실제 에너지의 100분의 1 지진파로 전달돼 같은 규모의 TNT 폭발 때보다 지진 규모가 작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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