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미술올림픽「베니스 비엔날레」개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이탈리아의 베니스비엔날레가 최근 개최돼 9월30일까지 계속된다.
베니스비엔날레는 1895년부터 시작된 세계적 미술경연대회로 미술계에서는 「미술올림픽」으로 불리고 있다.
2년마다 열리는 이 행사는 올해로 44회. 우리나라는 86년 42회때 처음 참가했다.
올해의 그랑프리는 미국의 여류미술가 제니 훌저(40)의 설치미술이 차지했다.
수상작은 전시실 전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꾸몄는데 벽면은 LED (발광다이오드) 라는 전기장치를 횡으로 설치해 「진실주의」(Truism)란 제목을 붙였으며 바닥은 검정과 갈색계통의 정4각형 대리석을 깔고 글자를 새겨 「비가」(Laments)란 제목을 달았다.
바닥에 깔린 대리석에는 『권력의 남용은 놀랄 일이 아니다』『모든 잉여는 부도덕한 것』『나는 나자신에게 무관심하지만 나의 아이에게는 그렇지 않다』등의 글귀를 새겨 무정부주의적 경향과 본능적 모성애를 표현하고 있다.
홀저는 『이 작품은 뉴욕과 샌프란시스코의 네온사인과 불빛을 형상화한 것이다. 길거리에서는 광고일수 있지만 전시공간에 작품으로 설치되었기에 이는 엄연한 예술작품』이라고 말했다.
홀저는 이번 작품설치를 위해 대리석조각가와 전기기술자를 동원하는등 약80만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론가들은 홀저의 작품을 『솔직한 감정표출과 스펙터클한 빛의 조화』라고 격찬했다.
이번 비엔날레에서 볼 수 있는 세계적 미술의 흐름은 탈회화·탈평면.
참가작중 캔버스를 이용한 것은 사회주의적 사실주의를 아직 벗어나지 못한 동독작품뿐이다.
영국의 조각가 카푸어는 대형 사다리꼴 입석조각을 출품했으며, 파리에서 활동중인 콜롬비아인 알레인 세카스는 대형 플래스틱 하이힐구두조각을 출품했다. 또 프랑스의 필립 패랭은 전시공간을 영화관으로 바꿔 갱영화를 상영하는 작품을 전시(?)하기도했다.
베니스비엔날레뿐 아니라 카젤·상파울루등의 세계적 미술제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이같은미술의 탈회화추세는 무제한적 형식의 창조라는 점에서 새로운 흐름으로 인정되고있으나 한편에서는 전통적 미술장르인 회화 경시풍조로 우려하고 있다. 【외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