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고르비 샌프란시스코회담 성과에 의문제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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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소해빙… 미 언론 엇갈린 시각/외교관계 구체적 합의 불투명/한반도 긴장완화 시작에 불과
한소 정상회담후 양측의 엇갈린 발표로 미언론들은 이 회담에서 실제 무엇이 논의되었는지에 대해 상당한 혼란을 겪고 있다.
미의 주요언론들은 회담직후 한국측의 설명을 바탕으로 이 회담이 역사적인 것으로 동아시아의 긴장을 완화하고 북한을 더욱 고립시켜 개혁을 촉진시킬 것이라고 대대적으로 보도했었다.
그러나 회담직후 공식논평을 자제했던 소련이 한국측의 평가와는 달리 이회담을 평가 절하한 성명등을 발표하자 미언론들은 이 회담의 실체가 과연 무엇이냐에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의 아시아 로맨스」라는 6일자 사설로 이회담을 높이 평가했던 뉴욕타임스는 7일 「한소해빙­듣는 사람에 따라 다른 실제」란 장문의 분석기사에서 양측의 엇갈린 반응을 소개하며 이번 회담의 성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이 신문은 한소 정상회담직후 노태우대통령이 『한반도에서 냉전의 얼음이 깨지기 시작했다』고 선언하고 가까운 시일내 소련과의 외교관계 수립을 예상하면서 「승리의 메시지」를 국내에 알린 반면 소련은 이틀 후 이 회담에 대해 「극적으로 다르고 훨씬 덜 진지한」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한미 정상회담이 있었던 6일 소련이 워싱턴에서 발표한 성명을 소개하며 소련은 이번 한소 정상회담을 단지 한반도분단에 대한 광범한 토론의 시작단계에 불과하다는 인식과 함께 적대국사이에 획기적 합의보다는 열망하는 무역파트너끼리의 첫 조우로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특히 소련관리들이 이번 접촉이 예비적인 것으로서 외교관계나 구체적인 합의에 도달할 시기는 예측할 수 없음을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어 『회담자체가 하나의 돌파구임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은 적지만 노대통령의 보좌관들 조차도 회담결과가 국내에 알려진 것처럼 획기적인 관계증진에까지는 도달치 못했음을 인정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이번 회담이 경제후퇴와 3당통합으로 국내문제가 복잡한 와중에서 노대통령이 그의 인기를 회복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시기에 열렸음을 주목했다.
뉴욕타임스는 한국정부가 지난 2년간 소련과의 경제관계확대를 통해 북한을 더욱 고립시키면서 소련으로부터 정치적 양보를 얻어내는데 승부를 걸었으나 이것이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하기는 시기상조라고 보도하고 한소외교 관계가 불가피하나 북한과의 관계를 무시할 수 없는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한국을 좀더 오래 기다리게 함으로써 무역과 투자를 더 끌어낼 가능성을 내다보고 있다고 일본외교관의 말을 인용,보도했다.
이 신문은 한국언론들이 이번 회담에 대한 노대통령의 독자적 해석에 흠뻑 젖어 들었다면서 『한국인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실제 일어난 것인양 해석하고 있다』는 고려대 한승주교수의 말을 인용했다.
노대통령이 북한의 가장 큰 동맹국을 빼앗았음을 과시하고 싶어하는 열망과 공산세계와 40년 적대관계를 청산한 인물이 되고자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으며 소련은 이같은 노대통령의 입장을 감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임 현홍주유엔대사는 『소련이 동맹국을 불필요하게 자극하길 원치 않기 때문에 이번 회담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길 바라고 있으며 필요한 것은 시간』이란 입장을 밝혔다.
한국인들은 이번 회담에 열광한 나머지 소련이 이를 평가절하하려는 노력에 대해 주목하지 않고 있으며 서울과 아시아의 신문들도 정치질서의 근본적인 변화를 논하며 어업협정과 합작기업 등에 대한 보도로 지면을 메우고 있다고 소개했다.
끝으로 이 신문은 산발적으로 진행되었던 남북한회담이 당분간 중단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북한이 국제적 현실에 대처하기 위해선 부처님의 깨달음 같은 것에 도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뉴욕=박준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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