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한관계 범행"등 세갈래 수사|증거 못찻아 자살·타살 불분명 셋모두 치명상 "외부소행" 의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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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서울송파동 성원아파트 세모자 피살사건은 발생 1주일째인 7일현재 이렇다할 수사진전없이 원점을 맴돌고있다.
경찰은 숨진 이소경씨(37)가 아들 민수군(10)과 딸 하윤양(12)을 살해한뒤 스스로 자살했을 가능성, 내부인에 의한 범행가능성과 원한관계에 의해 외부인이 침임해 이들을 살해했을 가능성등 세가지 가능성에서 수사방향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용의자들을 불러 추궁하고 유류품 감정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해 놓았지만 결정적인 증거를 찾지못해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
◇현장및 유류품=일가족 가운데 유일하게 살아난 가장 김진회씨(40)는 2일 오전2시 술에 만취된채 부인이 열어준 문을 통해 들어가 안방에서 곯아 떨어졌다. 김씨가 일어난 것은 오전5시40분쯤. 이때 부인 이씨는 거실에서 실내복을 입은채 가슴에 여덟군데, 하윤양은 가슴·어깨와 등등 세군데, 민수군은 가슴·옆구리와 손·팔등 여섯군데가 찔려 피를 흘리며 자신들의 방 침대에서 각각 숨져있었다.
부검결과 이들은 모두 심장까지 칼날이 파고들어 치명상을 입었고 일부 상처는 10㎝이상 깊었다.
범행에 사용된 피묻은 30㎝자리 식칼은 공교롭게 김씨혼자 자던 안방가운데서, 하윤양의 방에는 23㎝길이의 피묻은 맨발족적이 각각 발견됐다.
살해되기전 심하게 반항한 흔적이 있는 민수군은 오른손에 범인의 것으로 보이는 15㎝가량의 머리카락 2개를 움켜쥐고 있었다.
핏자국은 방마다 점점이 연결돼 있었고 안방문 손잡이에도 핏자국이 묻어있었지만 방안에는 칼이 놓인 바로 옆에 핏방울 2개만 발견됐다.
◇자살가능성=유서는 없었으나 부인 이씨는 평소 반에서 1∼2등을 하던 하윤양이 산수경시대회에 떨어지자 3일동안 음식을 먹지않을만큼 고민해왔고 최근 목동임대아파트 전매자에 대해 검찰이 수사를 하자 『나도 목동임대아파트를 전매했는데 고민이다. 죽고싶다』고 친구에게 전화로 털어놓았다.
이런 상태에서 이씨가 술을 마시고 늦게 귀가한 남편과 다툰뒤 홧김에 딸과 아들을 차례로 살해하고 자살했을 가능성에 대해 경찰이 수사를 펴고있다.
경찰은 이씨 가슴의 여덟군데 칼자국중 3∼4개가 깊이 1㎝가량으로 자살하기전에 보통 머뭇거리다 생기는 흔적이고 아들손에서 나온 머리카락과 딸방에 찍힌 족적이 이씨의 것과 가장 흡사하다는 점등을 자살가능성으로 보고 있다.
◇내부소행 가능성=경찰은 사건이 나자 ▲외부에서 침입한 흔적이 발견되지 않고 유서가 없는데다 ▲칼이 김씨가 자던 안방에서 발견됐고 ▲평소주벽이 심한데다 ▲술에 만취된뒤 4시간만에 일어나 신고한 점으로 미루어 남편 김씨를 용의자가운데 하나로 보고 추궁했다.
그러나 김씨는 『술에 취해 생각이 안난다』며 완강히 부인하고 있고 식칼자루가 도듬질돼있어 지문채취가 불가능한데다 경찰도 가족을 살해할만한 동기를 김씨 주변에서 아직 찾아내지 못했다.
◇외부인 소행=현관문이 안으로 걸어 잠겨있는데다 없어진 금품이 없어 경찰은 당초 이 가능성을 배제했다.
그러나 경찰은 김씨가족이 가까운 이웃들까지 『무척 단란했다』고 진술할 정도로 원만하게 지내왔고 외부침입흔적이 없다는 것이 또다른 위장이 아닌가 보고 다시 수사에 착수했다.

<이철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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