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자리잡는 「사랑의 부모운동」|미혼모·수감자 어린이 맡아 기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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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피치 못할 사정으로 어린이를 키울 수 없는 친부모를 대신해 어린이를양육한 후 친부모 품에 다시 안겨주는 「사랑의 부모운동」이 조용히 전개되고 있다.
한때의 어려움으로 영영 친부모와 헤어질지도 모르는 어린이들에게 임시부모가 돼 친부모의 재기를 기다려주는 이 운동은 서울 가톨릭사회복지회(회장 최선웅 신부) 부설 성가정입양원에 의해 지난해부터 조금씩 열매를 기 시작했다.
가톨릭사회복지회는 해외로 입양돼 떠나는 무수한 우리 어린이들을 국내 가정에서 맡아 길러야한다는 취지아래 지난해 3월 국내 입양전문사업기관인 성가정입양원을 발족시켰다.
「사랑의 부모운동」은 국내 입양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몇 해만 누군가 돌봐주면 구태여 입양되지 않고 친부모에게 돌아갈 수 있는 어린이들이 적지 않은데 착안해 임시부모를 찾아 어린이와 가족관계를 맺어주면서 시작됐다고 조용원 원장은 전한다.
성가정입양원은 서울 성북구 정릉동 900의2에 있는 조그만 민가에 본부를 두고 그동안 96명의 어린이를 국내 입양시켰고 15명은 「사람의 부모」를 만나도록 주선했다.
입양원 육아담당 박 다니엘 수녀는 이 어린이들의 친부모는 미혼모· 미혼부, 중환자, 교도소 수감자, 이혼을 고려한 별거상태의 사람 등으로 현재 여건이 절박해 어린이를 키울 수 없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들 중 사정이 나아지면 다시 어린이를 키워야겠다는 의지를 갖고있는 사람들의 자녀들은 사랑의 부모를 찾아 돌보게 해 준다.
입양원 측은 「사랑의 부모」지원자 중에서 자신의 자녀가 있으면서 어린이를 친자식과 같이 돌볼 수 있는 성격이나 환경·경제적 요건 등을 고루 갖춘 사람들을 엄격히 선발해 어린이의 양육을 의뢰하고 있다.
이들 「사랑의 부모」들은 정기모임을 갖고 서로 만나 양육의 어려움과 지혜를 나누기도 하며 각 가정과 어린이들간의 친목을 도모하기도 한다.
나이 어린 동거부부가 아이를 낳은 후 헤어져 오갈 데 없어진 4개월 된 여자어린이를 1년째 맡아 키워온 「사랑의 부모」 권태흥씨(54·무역업)부부는 『20년 전 아이를 키워봐 아이가 아플 때는 매우 당황스럽고 어렵지만 한 아이의 구김 없는 미래를 생각하면 보람이 절로 생긴다』고 말한다. 권씨 부부는 이 어린이의 아버지가 경제적 자립이 가능할 때까지 부모가 되어 줄 계획이다.
이들 「사랑의 부모」가정에는 수시로 친부모들이 드나들며 어린이와의 사람을 나눠 어린이가 앞으로 새로운 환경적응에 갈등이 덜하도록 신경을 쓰고 있다.
「사랑의 부모」를 만난15명의 어린이 중 지난 1년간 친부모 품에 돌아간 어린이는 5명, 3명의 어린이는 친부모가 중도에 양육을 아예 포기해 「사랑의 부모」가 그대로 입양했다. 현재 입양원에는 입양이나 「사랑의 부모」를 기다리는 4세 이하의 어린이들이 10여명 대기중이다.
한국 가톨릭사회복지회는 이 복지회 사업을 후원하는 66개 단체와 개인 1천여명의 후원금 등으로 운영되고 있다. 오는 6월중에는 새로 지은 입양원(서울 성북구 성북2동 산9의15, 연건평 4백50평 지하1층·지상3층)으로 옮겨 새로 문을 열게 된다. (764)4743
입양원에는 입양·육아담당 신부와 수녀·원장·보모·사회사업 전문가 등 10여명이 상주하고 있다. 또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찾아와 어린이의 목욕·빨래 등을 대신해 주고 있다.
지난해 이 입양원에 찾아가 어린이의 입양을 신청하거나 「사랑의 부모」를 찾은 사람들은 7백50명 정도 된다.
한국 가톨릭사회복지회 측은 서울명동 가톨릭회관 4층 입양·결연부((774)5870)에서 입 양·「사랑의부모」·후원자 결연 등에 관한 상담을 받고 있다.

<고혜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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