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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기자직업탐방] 수화통역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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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김형진(오른쪽) 수화통역사가 청각 장애인들과 수화로 대화하고 있다.

"시각 장애인이 죽으면 지팡이를, 지체 장애인은 휠체어를, 청각 장애인은 수화통역사를 함께 묻어준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수화통역사는 청각 장애인과 수화로 소통하면서 그들의 '그림자'가 돼야 한다는 뜻입니다."

사회복지가 강조되며 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청각 장애인들의 의사소통에 없어서는 안 될 수화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서울 용산의 서울농아인협회에서 선임 수화통역사로 일하는 김형진(32)씨를 만나 수화통역사에 대해 알아봤다.

-수화란 무엇이며, 수화통역사는 어떤 일을 하나요?

"수화는 청각 장애인들의 의사 소통에 필요한 손짓을 체계적으로 기호화한 것입니다. 수화통역사는 청각 장애인의 수화를 해석해 일반인에게 말로 전하고, 반대로 일반인의 말을 수화로 바꿔 청각 장애인에게 전하는 직업입니다."

-어려운 점은?

"수화통역사의 길을 걸으려 했을 때 가족은 물론 주위에서도 말렸습니다. 청각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바로 서지 못한 탓이죠. 직업 자체에 대한 인식도 낮아 전문가가 아닌 자원봉사자로 생각하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수화통역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지난해까지는 한국농아인협회가 주관하는 민간자격증을 따야 했는데, 올해부터 국가 공인 자격증으로 바뀌었습니다. 자격증 시험은 해마다 한 차례 있고, 필기(1차)와 실기(2차)를 치릅니다. 보통 한 해 1000여 명이 응시해 70~80명이 합격하는 수준입니다."

-수입은 어떻고, 갖춰야 할 자질은?

"수입은 사회복지사 정도입니다. 그리고 대인 관계가 원만해야 합니다. 수화 통역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의사 소통인 데다, 그 과정에서 상대의 비밀 보장이나 윤리 등 인격적인 면이 강조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수화가 언어라는 점을 인식하고 끈기 있게 도전하는 자세도 필요합니다. 많은 학생이 호기심으로 수화 통역에 도전하지만 중도에 탈락하는 사례가 많거든요."

-수화통역사가 되려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사회복지사 과정을 함께 밟는 것이 좋아요. 사회복지라는 큰 틀에서 수화 통역 전문가로 영역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재윤(서울 대진고1).

최지혜(중앙대 민속학과1)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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