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왕 「사과문안」 막후조정” 추측/세지마 류조 방한역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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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84년 대통령 첫 방일 숨은 주역/「재일교포 지위」 합의에도 간여
노태우대통령의 방일을 이틀앞둔 22일 한국을 전격방문한 세지마 류조(뇌도용삼) 이토추(이등충) 상사특별고문의 역할을 두고 일본언론이 「구구한 억측」을 하고 있다.
일본언론들은 그의 갑작스런 방한을 ▲가이후(해부) 일본총리의 특사 ▲다케시타(죽하) 전총리의 밀사 ▲후쿠다(복전) 전총리와의 연계행동등으로 다양하게 풀이하고 노대통령 방일을 성사시키기 위한 「준비작업의 해결사」(일본경제신문)로 규정짓기도 했다.
세지마씨 자신은 22일 밤 나리타공항에서 요미우리신문과 가진 일문일답에서 그의 방한은 21일 가이후총리로부터 전화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일왕의 사과발언과 관련,최종문안을 노대통령에게 전달했느냐는 질문에는 『아니다』고 대답했다.
세지마씨가 한일관계에서 관심을 모은 것은 지난 82년말 일본정부밀사로 방한,83년 1월 나카소네(중증근)총리의 전격방한을 성사시킨 것을 계기로 공식화됐으며 이후 「그늘속의 조정역」으로 늘 주목받아 왔다.
이번 방한때도 노대통령과의 회담이 근 1시간반이나 끈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총리의 특사자격」으로 일왕의 사과문안을 최종조정했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세지마씨는 방한전날인 21일 밤 다른 재계인사와 함께 다케시타(한일 의원연맹 일본측회장) 전총리와도 만나 한국문제를 깊숙히 논의해 「다케시타의 밀사」라는 얘기도 나돌고 있다.
그러나 지난 4월24일 한일 외상회담을 앞두고 한일 의원연맹 박태준회장이 일본을 전격방문했을 때 세지마­박간에 모종의 중대한 협의가 있었으며 이것이 재일한국인문제에 기본합의를 성사시킨 큰 요인이 되었다는 분석도 있다.
세지마씨는 일본 육사44기 출신으로 자민당 정조회장인 가토무쓰키(가등육월 육사60기)와 함께 일본내 육사인맥의 장로급에 속하는 친한파다.
그의 참모로서의 뛰어난 자질은 나카소네 내각때 각종 정책자문에 주역이 됨으로써 빛을 발했고 84년 9월 전두환대통령의 방일을 성사시킴으로써 「새로운 한일 동반관계」를 구축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동경=방인철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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