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복경관이 데려온 응급환자/병원 7곳서 치료거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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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수술 어렵다”등 이유/6시간 헤매다 겨우 수술 목숨건져
동맥이 잘려 출혈이 심한 환자를 경찰관이 자신의 승용차에 태워 무려 크고 작은 병원 일곱군데를 돌아다니며 응급치료를 받게 하려했으나 이들 병원이 『수술이 어렵다』 『보호자가 없다』는등 이유로 치료를 거부해 환자가 6시간만에 수술을 받아 겨우 목숨을 건졌다.
20일 오전1시30분쯤 경기도 미금시 내동 279 민근기씨(34ㆍ농업)집에 세들어 사는 박재영씨(31ㆍ공원)가 옆방에 세든 조진순씨(29ㆍ주부)와 사소한 말다툼을 벌이다 술김에 부엌유리창을 주먹으로 깨 오른쪽 손목의 동맥이 절반쯤 잘리는 중상을 입고 정신을 잃었다.
민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남양주경찰서 평내파견소속 홍은호순경(32)과 방범대원 유효현씨(35)등 2명이 출혈이 심한 박씨를 경찰 순찰차에 태워 미금시내 신성병원ㆍ교문리병원ㆍ동서울병원등 3개 병원을 전전했으나 이들 병원들은 『환자가 너무 중태여서 수술이 불가능하니 큰 병원으로 가라』며 치료를 거부했다.
홍순경은 동서울병원에서 순찰차가 고장나자 자신의 프레스토 승용차에 박씨를 태워 서울의 위생병원ㆍ부국병원으로 갔으나 병원측은 『다른 환자가 많이 있어 조속한 치료가 힘들다』 『너무 상처가 깊다』는 이유등으로 수술을 거부해 경희의료원으로 향했다.
홍순경은 경희의료원에서도 『보호자가 없으면 수술할수 없다』며 치료를 주저하자 다시 박씨를 서울 성북정형외과에 데리고 갔으나 여기서도 수술이 어렵다고 치료를 거부당했으며 보사부등에 이 사실을 알려 오전7시40분쯤에야 다시 경희의료원으로 가 응급수술을 받게 했다.
홍순경은 『정복을 입은 경찰관이 데려온 환자도 병원측이 보호자가 없다는 이유로 치료를 거부하니 일반인은 어떤 대접을 받겠느냐』며 『환자의 생명부터 살려놓아야 하는 병원측이 응급조치는 커녕 무조건 다른 병원으로 내쫓는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분개했다.
이에대해 경희의료원 응급실의사 박모씨(30ㆍ여)는 『환자를 수술할수 있는 정형외과팀의 준비가 되지않았고 이미 다른 병원의 응급조치가 되어 있는 상태여서 인근 성북정형외과로 보냈던 것』이라며 『보호자가 없으니 수술할 수 없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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