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숙·이에리사 콤비 '도하의 기적' 이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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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1977년 영국 버밍엄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준우승한뒤 개선한 이에리사(왼쪽)·정현숙씨.

'녹색 테이블의 황금 콤비' 정현숙(54.(左))과 이에리사(52.(右))가 다시 뭉친다. 1973년 유고 사라예보 세계 탁구선수권대회에서 대한민국 구기 종목 사상 첫 금메달(단체)을 만들어 낸 지 33년 만이다.

정현숙 대한올림픽위원회(KOC) 부위원장이 12월 1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 선수단장으로 임명됐다. 선수들의 훈련을 총괄 지휘하는 이에리사 태릉선수촌장과 호흡을 맞추게 된 것이다.

정 단장은 역대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사상 첫 여성 단장이며, 이 촌장 역시 지난해 3월 태릉선수촌 40년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촌장으로 임명됐다.

두 사람은 '사라예보의 기적' 당시 상반된 스타일의 절묘한 조화로 세계 최강 중국과 일본을 차례로 꺾었다. 정현숙은 셰이크 핸드 라켓을 사용해 상대의 공격을 절묘한 커트로 막아내는 수비형이었고, 펜홀더 라켓을 쥔 이에리사는 남자선수 못지 않은 파워가 실린 드라이브를 구사하는 공격형이었다. 정현숙이 안정된 수비로 기회를 만들어주면 이에리사가 강력한 공격으로 점수를 따냈다. 탁구팬들은 둘을 '환상의 복식조'라 불렀다.

정 단장은 은퇴 이후 생활체육에 투신해 90년부터 어머니 탁구교실을 열어 탁구 저변 확대에 힘써왔다. 이 촌장은 88년 서울올림픽 여자 대표팀 감독을 거쳐 2000년부터 용인대 사회체육과 교수 겸 탁구단 감독으로 일해왔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때는 정 단장이 TV 해설자로 변신해 차분하고 명쾌한 해설로 인기를 모았고, 이 촌장은 여자 대표팀 감독으로 복식 은메달과 단식 동메달을 이끌어냈다.

두 사람은 2004년 탁구협회 홍보이사(정 단장)와 기술이사(이 촌장)로 호흡을 맞춘 적도 있다. 사라예보 우승 당시 두 선수를 지도했던 천영석씨가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탁구협회 행정의 첨병으로 나섰던 것이다. 한국 선수단은 2002년 부산 대회에 이어 종합 2위가 목표다.

정 단장은 "첫 여성 단장이라 부담이 크지만 세계선수권 우승을 함께 일궈낸 이 촌장이 옆에 있어 마음이 놓인다"며 "선수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만큼 언니처럼 때론 어머니처럼 보살피겠다"고 말했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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