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공급 줄어들 수도" … 실효성 의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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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방침에 따라 정부는 최대한 빨리 주택법을 개정해 이르면 내년 4월부터 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하도록 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원가 공개의 범위와 대상, 절차는 민관 합동으로 구성될 '분양가 제도 개선위원회'(가칭)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그러나 원가 공개가 분양가를 낮출 수 있을지, 주택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을지 등의 효과에 대해선 의문이 여전하다. 원가 공개가 시장경제 논리에 배치될 뿐더러 민간아파트 공급이 줄어 주택시장을 왜곡할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 사실상 전면적인 원가 공개=한국토지공사 등 공공기관이 조성하는 공공택지에 짓는 아파트는 공공아파트와 민영아파트 모두 원가 공개 대상에 포함될 게 확실해 보인다. 현재는 공공택지의 전용면적 25.7평 이하 주택과 공공기관이 짓는 25.7평 초과 주택은 택지비 등 7개 항목을, 공공택지의 25.7평 초과 민영아파트는 2개 항목을 공개해야 한다.

민간 건설업체가 직접 택지를 조성해 짓는 아파트가 원가 공개 대상에 포함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건교부는 이 부분도 논의의 대상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매년 분양되는 아파트의 70% 이상이 공공택지 아파트이기 때문에 민간택지 아파트의 포함 여부는 큰 의미가 없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또 공공택지 아파트의 원가가 공개되면 인근 민영택지 아파트도 원가 공개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공공택지의 원가 공개는 사실상 원가 공개의 전면 시행이나 다름없다는 얘기다.

원가 공개 범위도 확대되고 이에 대한 검증 절차도 마련될 전망이다. 참여연대는 그동안 "원가가 공개되는 것만으로는 의미가 없고 이를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가 공개의 목적이 건설업체의 과도한 이윤을 막기 위한 것인 만큼 건설업체의 이윤이 적정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건교부도 이왕 원가를 공개하기로 한 이상 이를 검증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 찬성론, "분양가 거품 빠질 것"=건교부 관계자는 "원가가 공개되고 이를 검증하게 되면 건설업체로선 과다한 이윤을 책정해 분양가를 매기기 힘들 것"이라며 "적정하고 합리적인 이윤이 분양가에 붙여진다면 분양가가 내려가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건교부는 또 높게 책정된 분양가 때문에 주변 집값이 들먹이는 사례가 적지 않았던 만큼 원가공개로 분양가가 낮아지면 전반적인 집값안정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김자혜 사무총장은 "과거 서울시 동시분양 분양가를 평가해본 결과 업체들이 분양가를 주변에서 가장 비싼 시세 이상에 맞추다 보니 분양가가 원가보다 많게는 50%가량 높게 책정됐다"며 "원가 공개로 분양가 거품이 다소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연대 김남근(변호사) 부집행위원장은 "원가공개에 그치지 말고 분양 승인권자가 원가에 맞춰 분양가가 인하되도록 행정지도하고 업체에서 행정지도를 따르지 않을 경우 행정제재까지 할 수 있도록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반대론, "득보다 실이 크다"=연세대 서승환 (경제학)교수는 "원가를 공개하더라도 분양가 인하 효과가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고, 집값 안정 효과도 거의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가 공개는 시장경제 논리, 기업의 생존원리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대 이창용(경제학) 교수은 "공공기관이 짓는 주택의 원가공개는 정부가 할 수 있는 조치이지만 민간이 짓는 주택까지 원가를 공개토록 해 '적정한 이윤'만 남기라고 강제하는 것은 기업의 생존원리를 부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건설 업계는 "집을 짓지 말라는 것"이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한 중견 건설업체 임원은 "정부가 땅값을 잡지 못해 분양가를 올라갈 수밖에 없게 해놓고 이제 와서 분양가 상승의 책임을 민간에 떠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비싼 땅값을 근거로 분양가를 높게 매기면 그때는 높은 분양가를 인정해 주겠느냐"고 반문했다.

원가공개 이후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낮아지면 이 가격대로 분양할 것이냐는 문제도 뒤따른다. 판교 신도시 중대형 아파트의 경우 주변 시세와 분양가의 차액을 정부가 채권입찰제로 환수했다.

김준현.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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