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현중의 바람직한 마무리(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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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KBS 파행방송과 현대중공업 농성이 동시에 해결국면을 맞게 된 것은 국민의 시국에 대한 불안감을 감소시키는 데 기여했다는 점에서 매우 다행스럽다.
무려 한달간이나 계속되고 있는 KBS의 파행방송은 사원측 비대위가 오는 18일부터 제작에 참여키로 결정,수습국면에 들어서는가 하면 보도국 기자등 많은 사원들이 즉각적인 방송복귀를 선언하고 실무에 임하고 있어 정상화가 시작되고 있다.
한편 골리앗크레인 위에서 농성중이던 51명의 현대중공업 근로자들도 같은날 농성을 풀고 내려옴으로써 파업 16일만에 사태는 마무리되고 있는 셈이다. 이에따라 회사측도 조업중단조치를 해제하고 11일부터 조업을 재개키로 했으며 근로자들은 조업에 참여하리라 하니 안도의 느낌이 든다.
물론 KBS와 현대중공업사태가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니다. KBS사원들은 『사장퇴진』과 『민주방송실천』을 위한 서명운동과 「투쟁」을 계속한다는 점을 거듭 다짐하고 있다. 또 현중 근로자들도 『만일의 불상사를 막기 위해』 농성을 해제했을 뿐 회사와의 협상은 계속하겠다는 뜻을 분명히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이 시점에서나마 평가하고 싶은 것은 이들 두 회사사원들이 보인 이성적인 판단과 이에따른 현명한 행동의 결정이다.
공기이며 국민의 재산인 방송전파를 책임맡은 공인들이 무려 한달동안이나 수임사항을 내팽개치고 방치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직무유기라는 점에 변명의 여지가 없다. 「사장퇴임투쟁」이나 「민주방송실천」운동이 불가피한 경우라 치더라도 그것을 이유로 방송자체를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우리는 여러차례 지적한 바 있다. 이런 무리하고 불법적인 극한 행동은 시청자,곧 국민의 지지와 호응을 받을 수 없으며 사회적인 불안과 위기감을 고조시키는 역기능밖에 초래할 수 없음을 KBS사원들은 이번 기회에 뼈저린 체험으로 명심해야 옳을 것이다.
뒤늦게나마 방송을 정상화하기로 결정한 것을 환영하면서 한시바삐 방송제작에 복귀할 것을 촉구한다.
현대중공업의 경우도 어떤 요구사항의 제시나 이를 관철시키기 위한 투쟁은 순리적이고 합법적인 방법과 절차에 의해 추진해야 한다는 점을 이번 기회에 깨달았으면 싶다.
무리하고 극단적인 행동으로 밀어붙이려 할 때 역시 마찬가지의 물리적인 힘의 반격을 불러일으키며 결국은 폭력과 폭력의 상승작용을 결과하고,이는 사회적 불안감과 위기의식을 야기시키게 되는 것이다.
정부당국이나 회사측에 대해서도 똑같은 충고를 주고 싶다. 갈등이나 충돌의 요인은 사전에 불씨가 생기지 않도록 배제하는 것이 좋다. 일단 갈등이 돌출되면 이를 대화와 설득·타협으로 해결하도록 최대한의 성의를 보여야 한다. 섣부른 공권력의 동원이 사태를 얼마나 악화시키는가를 정부는 이번 KBS사태에서 좋은 교훈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사태가 해결국면으로 접어들었으므로 당국도 더이상 이들을 자극하지 않는 방향에서 마무리 작업을 서둘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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