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길' 부드럽게 교통정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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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공항에서 항공기 이착륙을 지휘하는 관제탑 수장에 처음으로 여성이 임명됐다. 최근 김포공항 관제탑장에 임명된 정혜인(37.사진)씨가 주인공이다.

현재 민간 항공기가 운항하는 국내 14개 공항에 근무 중인 관제사 437명 중 여성 관제사는 87명으로 20%가량이다. 이 중 관제탑 수장인 관제탑장에 오른 여성은 정씨가 처음이다. 김포공항 관제탑은 정 탑장을 비롯한 19명의 관제사가 5조 4교대로 근무하며 하루 평균 300여 편의 항공기를 관제한다.

정 탑장은 한국항공대학을 졸업하고 1992년 서울지방항공청에 9급 관제사로 임용돼 김포관제탑 등에서 근무해왔다. 그녀는 "중학교 때 우연히 항공기를 소재로 한 영화를 봤는데 관제사가 너무 멋있게 나와 꼭 관제사를 하겠다고 맘 먹었고 그렇게 됐다"고 말했다.

김포공항관리사무소의 박광순 관제통신과장은 "정 탑장은 여성 특유의 꼼꼼함으로 관제업무를 매끄럽게 처리하는 능력을 갖춘 동료"라고 칭찬했다. 역시 공무원인 남편 사이에 1남 1녀를 두고 있는 정 탑장은 관제사 근무 중 야근이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밤에 아이들과 떨어져 있는 것이 미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탑장으로 승진해 낮 근무만 하게 됐다.

정 탑장은 "항공기 운항 중 가장 위험한 순간인 이륙과 착륙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늘 긴장감 속에 산다"면서 "하지만 항공안전의 최일선에 서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살고 있다"고 말했다.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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