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축유 빼돌려 주유소까지 차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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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한국석유공사(사장 황두열) 직원들이 국가 비축유 관리체계의 허점을 이용해 지난 4년간 17억원어치의 비축유를 빼돌린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은 기름을 훔치고 대신 빼돌린 기름의 양만큼 물로 채우기도 했다. 이런 도둑질을 주도한 노조 지부장은 훔친 기름을 팔기 위해 아내 이름으로 주유소까지 차렸다가 적발됐다.

26일 석유공사가 열린우리당 조정식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2년 11월부터 올 2월까지 3년 동안 구리지사에서 경유와 등유 등 152만6000ℓ(17억원 상당)의 비축유가 빼돌려진 것으로 나타났다.

공사 측은 이에 앞서 구리지사 직원 1명과 유조차 기사 2명이 짜고 비축유 8700ℓ를 훔쳐 인근 주유소에 팔려던 사실을 적발한 뒤 구리지사를 상대로 특별감사를 했다. 감사 결과 이들은 구리지사가 다른 지사와 달리 파이프라인이 아닌 유조차를 이용해 정유사에 비축유를 공급하는 점을 악용해 유조차 기사와 짜고 유류탱크 밸브로 출하량과 입하량을 조작하는 방법으로 비축유를 빼돌렸다.

핵심 인물로 알려진 당시 노조 지부장 지모씨는 비축유를 출고할 때는 배당된 양보다 더 많이 유조차에 싣고, 입고할 때는 빼돌린 기름만큼 물을 섞어 채우는 수법을 썼다. 공사는 파면 1명, 정직 3명 등 직원 14명을 중징계하고 이 중 4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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