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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복합단지 선정 … 정치논리 사전 차단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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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이 시행된 지 벌써 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정부는 수도권과 지방이 상호 견제가 아닌 균형과 조화 속에서 상생할 수 있는 마스터플랜을 제시하며 행정중심복합도시, 공공기관의 이전 등 다양한 사업들을 추진해 왔다. 이로 인해 각 지자체들도 각자의 논리와 당위성을 앞세워 정부에서 추진하는 굵직굵직한 사업들을 유치하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첨단의료복합단지 조성 사업 또한 벌써부터 10여 곳의 지자체들이 유치전에 나서며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2020년까지 10년 동안 정부예산 3조원이 투입되는 거대사업으로 향후 5조8000억원대의 경제적 파급 효과와 8만여 개의 신규 일자리가 기대된다고 하니 지자체들로서는 그 규모만으로도 군침을 흘릴 만한 사업임에 틀림없다.

대전은 전국에서 가장 먼저 유치추진위원회를 구성하며 발 빠른 유치전에 나섰다. 특히 '대전 신경제발전 5개년 계획'에 첨단의료복합단지 조성 계획을 반영하고, 대덕특구의 기본 인프라와 그동안의 연구 성과 등을 내세워 유치를 자신하고 있다. 충북도 국가산업단지인 오송생명과학단지의 입지를 내세워 유치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동안 송도자유무역경제구역 내 바이오메디컬허브 사업을 추진해 온 인천도 이를 무기로 유치전에 나서고 있다. 올 연말까지 2~3곳의 후보지를 선정하고 내년 상반기에 최종 입지를 결정한다는 정부의 계획에 따라 전국 10여 곳의 지자체들이 유치전에 나서고 있어 과열 경쟁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첨단의료복합단지가 지역 경제는 물론 사회.교육.문화 등 지역 전반에 걸쳐 미칠 파급 효과나 민선 4기 지자체의 커다란 업적이 될 수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이 같은 과열 양상을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러나 지역의 균형 발전과 지자체의 성과 창출이 이 사업의 본질은 분명 아닐 것이다. 첨단의료복합단지는 어느 특정지역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의료선진국으로 도약하면서 미래 국가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국가적 차원의 야심찬 계획임을 상기해야 한다.

이러한 본질을 바탕으로 한다면 정부는 지금까지 국가균형발전의 취지 아래 진행해 온 각종 사업들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범했던 우를 이번에는 되풀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정치적인 논리 등 사업의 본질을 흐리는 접근을 사전에 차단해야 하고 입지 선정에서부터 정해진 기준과 분명한 계획 하에 흔들림 없이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유치를 희망하는 각 지자체들도 지역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첨단의료복합단지의 단순 유치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극대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스스로의 역할까지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고, 이것만이 진정으로 지역을 위하는 길이고 국민을 위하는 길이다.

이 같은 정부와 지자체들의 노력이 이뤄질 때 국가균형발전 차원의 사업들이 나눠먹기식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워지고 지역이기주의라는 지적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양홍규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