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Story] 맥주도 소주처럼 순 ~ 한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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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폭탄주의 알코올 도수를 아주 미미하게나마 내릴 수 있는 도수가 낮은 일반 맥주가 나왔다. OB맥주는 25일 4.2도의 신제품 '카스 아이스 라이트'를 출시했다. 현재 시중에서 팔리는 일반적인 맥주의 알코올 도수는 4.5도다.

OB맥주 김준영 사장은 "낮은 도수의 술을 선호하는 웰빙 추세에 맞춰 새 제품을 내놓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또 "기존 맥주보다 탄수화물 함량을 절반으로 낮춰 포만감을 없앴다"고 덧붙였다. 통상 500㎖ 맥주 다섯 병을 마시면 밥 한 공기를 먹을 때와 비슷한 탄수화물 양(50g)을 섭취하게 되는데, 이를 반으로 줄이는 셈이 된다.

◆맥주에서도 순한 맛 전쟁? =엄밀히 말하면 맥주시장에서 저알코올 제품이 출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값이 비싼 프리미엄 맥주시장에서는 저도 맥주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예컨대 하이트맥주의 엑스필, OB맥주의 카프리는 각각 4.1, 4.2도다. 하지만 맥주시장의 대세를 좌우하는 일반 맥주시장에서 하이트를 비롯해 카스.OB블루 등 기존 제품들은 모두 4.5도다. 카스 아이스 라이트는 일반 맥주의 4.5도 벽을 허문 셈이다.

이 제품의 출고가는 500㎖ 병 제품 기준 944.72원으로 기존 카스나 OB블루와 같다. OB맥주의 순한 맥주 출시에 대해 맥주업계 1위인 하이트맥주 관계자는 "소주와 달리 맥주는 워낙 도수가 낮아 도수를 약간 내려도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당분간 OB에 대응한 저알코올 맥주를 내놓을 계획이 없다"고 했으나 맥주업계에서는 하이트 역시 이에 대응하는 신제품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맥주시장을 약 6대 4의 비율로 양분하고 있는 하이트와 OB는 이미 가격경쟁을 시작한 상태다. 지난달 하이트는 값은 기존 맥주와 똑같으면서 고급 호프를 사용했다며 신제품 '맥스'를 선보였다. OB도 이달 OB블루 1.8ℓ짜리를 내놓으면서 값은 1.6ℓ와 같게 했다.

◆ 소주시장에선 불꽃튀는 저도주 경쟁=7월 기준으로 '처음처럼'의 시장점유율 10% 돌파를 발표했던 두산주류BG가 8월에는 7월보다 0.8%포인트 증가한 10.9%를 차지했다고 25일 자료를 냈다.

'처음처럼'은 본격적으로 순한 소주전쟁의 불을 지핀 제품이다. 진로㈜ 역시 지난달 20도의 벽을 허문 '참이슬 후레쉬'를 출시, 1위 자리 고수에 나섰다. 두 라이벌 소주회사의 마케팅이 워낙 치열해 일부 업소에서는 아예 '참이슬'과 '처음처럼' 중 한가지 제품만을 비치해 놓는 경우도 있다. 여기에 세계 주류업계 1위인 영국계 디아지오가 국내 소주시장을 겨냥해 지난달 20도짜리 '자작나무'를 선보이면서 이래저래 소비자들의 선택 폭은 넓어지고 있다.

정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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