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찰실<71>|단백질 섭취 줄이고 말기엔 염분 덜 먹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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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생산공장을 운영하는 현모사장(52)은 수출을 통해 회사의 기반을 잡았고 사세를 날로 확장하고 있는 성공한 기업가다.
평소 건강관리에 신경을 쓰지 않았음은 물론 몇년전부터 고혈압증상이 있었으나 식이요법(저염식등)도 게을리했다.
그러나 얼마전 외국 여행중 머리가 심하게 아프고 메스꺼운 증상이 계속돼 현지에서 진찰을 받았다. 검사결과 고혈압·심장비대증·통풍등과 함께 만성 신부전증으로 나타났다.
귀국후 진찰실을 찾았다. 입원해 쉬면서 여러가지 내과치료를 받자 금방 증세가 호전됐고 집에서 치료받을수 있게 됐다.
퇴원하는 현사장에게 필자는 식이요법이 중요하니 약 잘먹고 지시한대로 식사를 하라고 주문했다.
만성신부전의 치료에는 약물요법·식이요법·투석요법·신장이식등이 있으며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식이요법과 약물요법이다.
일반적으로 신증후군에는 단백질을 많이 섭취해야 하지만 만성신부전은 그 반대로 해야한다.
신부전에 걸리면 수분과 전해질의 배설및 재흡수 기능이 떨어지는데 여기에 단백질섭취량을 증가시키면 신장에 큰 부담을 줄수 있기 때문이다.
즉 탄소화물이나 지방은 체내에서 완전 연소되는 탄산가스와 수분이 되지만 단백질은 연소후에 요소·인산·황산등과 함께 방향계물질·폴리폡티트계 물질등 신장에 부담을 줄수 있는 여러 물질을 생성시킨다.
신장기능이 감소한만큼 단백질섭취량을 줄여야 한다는 이론이다.
염분섭취량은 일정치 않다. 대개 신장병에는 저염식이 권장되고 있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같은 만성신부전이라도 시기에 따라 저염식이 필요할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말기에는 배설기능이 급격히 떨어지므로 저염식이 필요하고 수분섭취도 제한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밖에 신부전증에는 비타민 D등 일부 비타민결핍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현사장은 퇴원한후 한동안 찾아오지 않다가 두달후에 몸이 많이 붓고 코피를 흘러 부축을 받으면서 진찰실을 찾았다.
지시한 식이요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음은 물론 만성신장병에 잘 듣는다는 약이란 약은 이것저것 먹어봤고 기도원에서 단식요법을 받았다는 기가 막힌 얘기였다.
사회적으로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환자일수록 치료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가정주부등 여성들은 지시한 식사나 약을 잘먹어 치료에 성공하는 것을 많이 보지만 이처럼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은 증상이 나타나면 몇 주 입원하고 호전되면 이내 도깨비같이 진찰실을 떠나간다.
지나친 고집과 자신이 치료를 망치는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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