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유엔총회 코드는 '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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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20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연설하던 중 노엄 촘스키가 쓴 '패권인가, 생존인가'를 들어보이고 있다. [뉴욕 AP=연합뉴스]

미국이 연일 쏟아지는 반미 구호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것도 자국의 심장부인 뉴욕이 진원지다. 이곳에서 열리고 있는 61차 유엔총회에 참석한 반미 성향의 외국 정상들은 미국에 연일 극언을 퍼붓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다. 평소에도 미국을 향해 독설을 퍼부어 온 그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을 "악마" "알코올 중독자"라고 지칭하며 공격했다. 차베스는 20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어제 악마가 여기 다녀갔다"며 "아직도 (지옥의) 유황 냄새가 진동한다"고 말했다. 전날 같은 장소에서 연설한 부시 대통령을 빗댄 것이다. 21일엔 뉴욕 할렘의 한 교회를 찾아 부시 대통령이 서부 영화 배우인 존 웨인처럼 우쭐대며 걷는다고 조롱했다.

미국을 더욱 당혹스럽게 한 것은 차베스가 유엔 연설에서 들고 나온 언어학자 노엄 촘스키의 2003년 저서 '패권인가, 생존인가-미국은 지금 어디로 가는가'가 순식간에 미국 내 베스트셀러가 됐다는 점이다. 촘스키는 미국의 대외정책을 비판해 온 대표적인 학자다. 차베스는 연설에서 "이 책은 세계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다"며 미국인에게 일독을 권했다. 유명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닷컴에서 판매 순위 2만664위였던 이 책은 차베스의 발언 이후 실시간 판매 순위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문제는 미국을 비난하는 외국 정상이 차베스 한 사람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핵 개발을 추진 중인 이란의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과 부시 행정부의 남미 마약 단속 정책에 반발해온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도 소리 높여 미국을 비난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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