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용돈, 노 생큐다 연금 있잖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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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수명은 길어지는데 은퇴 시기는 거꾸로 점점 짧아져 노후 대비용 연금상품 하나쯤은 꼭 준비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과거엔 실세금리 수준의 공시 이율을 적립해 연금으로 되돌려 받는 연금저축이나 연금보험밖엔 없었지만 2년 전 펀드 운용 실적에 따라 은행 금리 플러스 알파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변액연금보험이 등장해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전문가들은 "연금은 최소 10년 이후를 내다봐야 하기에 어떤 금융상품보다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며 "본인의 투자 성향 못지않게 금리 추이나 증시 전망 등 경제 상황에 대한 판단도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고수익 노리면서 보장도 되는 변액연금보험=변액연금보험은 고객이 납입한 보험료에서 사업비 등을 뗀 나머지를 펀드에 투자하는 실적배당형 보험이다. 투자 실적이 좋으면 사망할 때 받는 사망보험금과 중도해약할 때 돌려받는 해약환급금이 늘어난다. 반대로 투자 실적이 나빠지면 원금 손실을 볼 수도 있다. 또 투자상품이기 때문에 예금자 보호를 받지 못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중도 해약하지만 않는다면 실적과 상관없이 사실상 원금 보장이 된다. 운용 실적이 아무리 나빠도 가입자가 연금 개시 전에 사망하면 그 시점까지 납입한 보험료 전액을 최저사망보험금으로 보장해 주고, 생존 시에도 일단 연금이 개시되면 투자 손실과 무관하게 납입한 보험료 전액을 되돌려 주기 때문이다. 변액연금보험은 주식형.채권형 등 몇 개의 펀드 가운데 본인의 투자 성향에 맞는 펀드를 직접 선택할 수 있다. 보험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많게는 연 12회까지 펀드 갈아타기가 가능하다. 증시가 호황이면 주식형을, 하락 추세로 돌아섰다 싶으면 보다 안전한 채권형으로 바꾸는 식이다. 혹은 처음부터 다양한 펀드에 적절히 분산투자할 수도 있다.

최근엔 자유입출금이 가능한 유니버설보험 기능까지 덧붙여 있는 게 대부분이다. 연금 지급 전에 돈이 필요할 경우 대출이나 해약하지 않고 변액유니버설보험처럼 해약환급금 범위 안에서 중도 인출할 수 있다는 얘기다.

변액연금보험을 가입하기로 했다면 어떤 상품을 골라야 할까.

하나은행 백미경 성북동지점장은 "원금보장이 된다 해도 고수익을 노리는 투자형 상품이니만큼 펀드를 운용하는 운용사의 실적을 따져봐야 한다"고 말한다. 생명보험협회 홈페이지(www.kila.or.kr)의 보험상품 비교 공시 사이트에 들어가면 각 보험사가 운용하는 펀드별 수익률을 확인할 수 있다. 또 펀드 이동이나 중도 인출 횟수 등도 꼼꼼히 따져보는 게 좋다.

◆안정성이라면 개인연금저축=변액연금보험은 다양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세제 혜택이 없다. 10년 이상 가입을 유지해야 보험 차익에 대한 이자소득세를 면제받는 게 고작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개인연금저축이 매력적이다. 연 300만원 내에서 소득공제 혜택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가입 후 5년 이내에 해지하면 납부 금액의 2%가 가산세로 부과된다. 개인연금은 변액연금과 달리 공시이율로 보험금을 적립한다. 보험사별로 1개월에서 1년 단위로 공시이율을 변동 적용한다. 만약 금리가 내릴 것으로 전망한다면 향후 7년이나 10년 동안 확정금리를 주는 확정형에 가입해 현 금리 수준을 보장 받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처럼 개인연금저축은 실세금리로 보험금이 쌓이기 때문에 큰 수익을 바랄 수는 없지만 연금의 기본인 안정성은 보장 받을 수 있다.

◆같은 상품이라도 금융사마다 차이 나=같은 상품이라도 보험사에서 가입할 때와 은행이나 증권사에서 가입할 때는 여러 가지 차이가 있다. 예컨대 변액연금보험을 은행 창구를 통해 가입했다면 원래 상품에 딸린 특약이 아니라면 암 보장 등 다양한 특약을 부과해 받을 수 없다. 그러나 설계사를 통하면 보험료 가운데 펀드 투자 비중과 특약으로 보장받는 보장보험 비중을 가입자가 선택할 수 있다. 또 다양한 특약을 자유롭게 조립할 수도 있고, 특약 내용을 바꿀 수도 있다.

개인연금저축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경우 보험사에서 판매하는 상품에 한해 특약부과를 통한 위험 보장을 선택할 수 있다. 한편 투신권 상품은 예금자 보호를 받을 수 없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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