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증권 PEF '샘표' 손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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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우리투자증권이 조성한 사모투자펀드(PEF)가 샘표식품의 대주주 지분 중 절반가량을 인수했다. 대표적 자산주인 이 회사 지분에 투자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증권사가 조성한 사모투자펀드가 상장기업에 투자해 회사의 가치를 끌어올리겠다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샘표식품은 20일 "마르스 제1호 PEF가 샘표식품 지분 24.1%를 취득했다"고 밝혔다. 마르스 제1호 PEF는 우리투자증권이 지난해 3월 490억원 규모로 설립했다. 우리투자증권이 투자금의 53%를 댔고, 나머지는 개인 투자자들이 부담했다. 이 펀드는 이번에 샘표식품 지분 인수를 위해 161억원을 투자했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샘표식품은 브랜드 가치가 높고 현 주가 대비 자산가치가 현저히 저평가돼 있는 점을 주목해 투자를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샘표식품은 박진선 사장을 비롯한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25인이 52.5%의 지분을 보유했었다. 마르스 제1호 PEF는 이 중 박 사장의 이복 형제 등 15인이 보유한 지분을 사들인 것이다.

1946년 양조장으로 출발한 샘표식품은 전통 장류와 보리차 등을 생산하는 역사 깊은 식품회사다. 주요 생산 제품으로는 간장.된장.고추장 등이 있다. 올 상반기 매출은 56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조금 늘었지만 2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간장 시장에서는 시장 점유율 49%로 압도적인 선두 업체다.

하지만 된장.고추장 시장과 최근 뛰어든 음료시장에서는 시장 점유율이 10%에도 못 미친다.

서울.이천.영동.조치원 등에 있는 샘표식품의 본사와 공장 부지는 알짜로 꼽힌다. 현재 본사와 공장 부지의 장부가격은 194억원에 달한다.

이번 마르스 제1호 PEF의 샘표식품 지분 인수는 주요 주주 측에서 먼저 제안해 와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번에 지분을 사모펀드에 넘긴 주축이 과거에 박진선 사장 측과 경영권 분쟁을 벌인 이복 형제들이라는 점을 내세워 경영권 분쟁이 또 벌어질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적대적 인수합병 시도는 절대 아니다"며 "회사의 마케팅.영업관리 등을 지원해 회사 가치를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샘표식품의 주가는 가격제한폭까지 올라 1만6300원에 장을 마쳤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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