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보다 고국 본 것이 더 기뻐"|소 여자하키 단장 김 비아체슬라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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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말로만 듣던 고국 땅을 밟게 돼 그저 반갑고 꿈만 같수다레.』
지난6일 서울에 온 소련 여자하키 팀 폴리토텔의 재소한인교포3세 김 비아체슬라프 단장(40)은 시종 상기된 모습으로 띄엄띄엄 말문을 열었다.
김 단장은 구기 사상 최초로 한-소 친선교환경기를 갖기 위해 내한한 폴리토텔 하키 팀을 이끌고 그동안 성남·부산·대구 등지를 돌며 국내 팀과 경기를 가졌다.
『88서울올림픽 때 은메달을 딴 세계 정상의 한국여자하키를 한 수 배워 가겠다』는 김 단장은 그러나『고국의 구석구석을 자세히 보고 동포들에게도 알려주고 싶다』며 하키보다 고국방문에 더 큰 의미를 부여했다.
폴리토텔 팀은 78년 우즈베크공화국 폴리토텔 협동농장 소속으로 창단 돼 지난해에는 국내리그 2위를 차지했고 소련국가대표선수를 4명이나 보유하고 있는 강팀.
김 단장은 이번 방한 중 식사 때 후식으로 나온 딸기와 참외 등을 맛보고『제철도 아닌데 이런 과일은 어떻게 생산하느냐』고 놀라며 발전된 한국의 농업기술을 배워가고 싶다고 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김 단장은 자신의 할아버지가 일제 때 블라디보스토크로 이주한 김씨라는 사실만 알 뿐 한국 내에 친척이 살고 있는지도 전혀 모르는 상태.
가족은 소아과 의사인 부인 김마야씨(38)와의 사이에 2남1녀를 두고 있다. <김기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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