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영화가 몰려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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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간간이 들어오던 소련영화가 대거 몰려온다.
개봉을 기다리는 소영화는 『전함 포템킨』『폭군이반』『코미차르』『두 사람의 정거장』『리틀 베라』『인터걸』등.
무성영화의 고전 『전함 포템킨』에서부터 충격적인 러브신으로 서방세계를 놀라게한 88년작 『리틀 베라』까지 들어있어 미약하나마 소련영화의 전모를 파악할만한 영화들이다.
또 『전함 포템킨』이 25년도 제작이며 『인터걸』이 89년작으로 10월혁명에서 페레스트로이카에 이르는 소련사회 변천의 편린을 엿볼수 있는 작품들이다.
실제로 『전함 포템킨』은 프롤레타리아혁명에 대한 헌정성격의 영화이며 『폭군 이반』은 스탈린 치하에서, 『코미차르』는 흐루시초프-브레즈네프 시대에서 상영금지됐던 영화다.
이중 『코미차르』의 감독 알렉산더 아스클로프가 8일 내한, 자신의 작품세계를 들려주고 한국영화계를 들러본뒤 11일 떠났다.
88년이후 국내에 소개된 소련영화는 톨스토이원작의 대로망 『전쟁과 평화』를 비롯, 『안나 카레리나』『모스크바는 눈물을 믿지 않는다』, 그리고 전형적 사회주의리얼리즘영화 『컴 앤시』 등이었다.
세르게이 에이렌시타인이 연출한 『전함 포템킨』은 무성영화의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명품이다.
제정차르에 대항해 일어났던 1905년 혁명중의 실제사건을 다룬 영화로 에이젠시타인감독이 독창한 몽타주이론을 세계영화계에 고전화시킨 작품이다.
혁명으로 이어지는 포템킨호 수병들의 반란을 그렸는데 특히 오데사계단에서 카자흐병들의 학살장면과 민중들의 분노, 그리고 포템킨호의 발포가 이어지는 몽타주기법의 장면은 영화사상의 명장면으로 남아있다.
에이젠시타인의 미완성 유작인 『폭군 이반』은 연극·오페라·음악·회화등이 영화자체와 어우러져 「영화 오페레타」라 불리는 서사극양식의 40년대 대작이다. 절대권력을 추구하는 이반대제의 투쟁이 스탈린을 비유했다하여 16년간 상영금지됐었다.
67년 만들어진 『코미차르』는 시오니즘에 대한 동정과 제국주의자에게 맹목적인 애국심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87년까지 공개금지된 영화다.
감독 아스콜로프의 유일한 작품이기도한 이 영화는 혁명전이 한창이던 20년대 붉은 군대의 한 임신한 여성장교의 이야기로 극중 나치의 유대인 학살 예언 장면등이 사회주의 건설에 위배된다는 판정을 받았었다.
『코미차르』는 해금후 88년 세계비평가협회작품상·세계가톨릭영화협회 작품상등과 89년 소련 오스카상인 NIKKA에서 4개부문을 석권, 최근 소련의 변혁을 실감케 한다.
『두사람의 정거장』은 엘자노 라자노프감독의 작품으로 소련판 「러브 스토리」. 83년 소흥행 1위를 기록했다.
26세의 바실리 피철이 연출한 『리틀 베라』는 자유분방한 소련처녀의 성모럴을 소련영화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대담한 정사신으로 그려내 세계인을 놀라게 한 영화다.
주연 여배우 나탈리아 네고다는 얼마전 62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모스크바쪽 시상자로 나와 국내TV에도 얼굴을 비쳤는데 플레이보이지는 그녀를 「소련최고의 섹시스타」로 소개하는 특집판을 꾸미기도 했다. 몬트리올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았다.
『인터걸』도 80년대후반 소련의 개방과 개혁을 다룬 작품으로 간호원과 창녀라는 이중생활을 하다 스웨덴남자와 결혼한 여자의 이야기다. 89년 동경영화제에서 엘레나 야코블레바가 주연여우상을 받았다.
세계영화계에서 나름대로의 영역을 구축해온 소련영화들이 골고루 국내에 선보임으로써 그동안 할리우드영화에만 익숙해온 영화팬들에게 어느정도의 체질변화도 줄듯하다. <이헌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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