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당,이 무슨 난장판인가(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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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민자당의 내분이 점입가경이다. 김영삼최고위원에 대한 박철언정무장관의 비난을 보면 민자당은 한마디로 한심한 집단이다. 상하도 없고 같은 당을 한다는 최소한의 유념도 보이지 않는 원색적인 저질의 발언에 아연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김ㆍ박씨간의 분쟁에서 어느 한쪽 편을 들 생각은 전혀 없다. 그러나 명색 집권당이 어린애도 웃을 이런 치졸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대해서는 분노하고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민자당은 이러고도 정권 담당 능력이 있는가,이러고도 3당통합의 정당성을 말할 수 있는가,스스로 내부 관리할 능력이 있는 것인가…. 국민들로부터 쏟아지는 이런 힐난에 대해 민자당은 과연 무슨 답변을 할 것인가.
우리는 김영삼최고위원의 문제 제기방식에 대해 공감하지 않는다. 당 최고지도자의 한사람으로서 당당히 당내부에서 문제제기를 하지 않고 당회의에 불참하거나 외곽에서 발언하는 것은 온당한 일이 아니다. 공작정치는 안된다,당운영이 민주화돼야 한다는 그의 말은 옳다. 그러나 그가 마치 과거 독재정권의 탄압을 받던 야당정치인처럼 공작정치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느니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본다.
계파는 다르더라도 자기당,자기네 정권의 문제가 아닌가. 그렇게 싸워야 할 상대라면 왜 그들과 합당을 했는지 묻고 싶다.
이처럼 김최고위원의 처신에도 문제가 있다고 보지만 여기에 대응한 박정무장관의 발언은 그야말로 상식 이하요,무례ㆍ방자한 태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김최고위원에 대해 합당과 방소당시의 비화를 밝히면 그의 정치생명은 끝난다고 했다. 「비화」의 내용이 뭔지는 모르나 이런 말이 같은 당의 윗사람에게 과연 할 수 있는 말인가.
같은 당이 아니고 윗사람이 아니더라도 남의 약점을 잡고 협박하는 투의 이런 발언은 정치판이 아니라 시정에서도 용납될 수 없다. 이것은 최소한의 예의도,논쟁하는 자세도 갖추지 못한 것이며 그가 과연 장관이나 정당간부의 신분을 의식하고 있는가를 의심케 하는 발언이다.
여기서 일일이 다 들고 싶지도 않지만 그는 『내가 크는 것을 밟겠다는 것 같다』느니,『나를 차기 대권경쟁자로 의식하고 견제하는 것 같다』느니 하는 소리도 했는데 이 역시 치기어린,수준이하의 소리라고 본다.
우리는 박장관이 집권세력 내부에서 얼마나 「실력자」이며 그를 추대하는 세력이 얼마나 큰지를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그가 과거 민정당때부터 줄곧 시비와 말썽의 장본인이 돼왔고,각종 공식기구나 계통을 무시한채 국정과 당무에 개입해 왔다는 소리를 들어왔다.
우리는 민자당이 내부운영을 어떻게 하든 그것이 국정과 정국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으면 언급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이번 내분과 박정무의 발언을 보면 정치에 대한 국민의 환멸을 부르고 정치판을 저질화시켰으며,국정을 책임진 집권당을 표류케 하는등 그대로 간과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점을 가져오고 있다. 민자당 자신의 도덕성이나 합당의 정당성에 대한 손상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따라서 민자당은 이런 사태에 대해 책임을 느껴야 마땅하며 수습을 서둘러야 한다. 우리가 보기에 문제는 계파간의 어정쩡한 타협으로 덮어둘 수 있는 선은 이미 넘어선 것 같고 원인이 된 당사자에 대한 확실한 문책과 당운영의 쇄신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수습을 위한 이런 조치는 결국 노대통령이 단안을 내리는 수 밖에 없다고 본다.
노대통령이 만날 사람을 빨리 만나고,취해야 할 조치를 단호히 취해야 한다고 본다. 집권당이 언제까지 콩가루 집안같아서야 우선 국민들이 불안해 견딜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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