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외화보험이 인기라는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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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기업에서 해외영업을 담당하는 박모(37) 과장은 초등학생인 둘째 아들을 10년 뒤 해외로 유학 보낼 계획이다. 하지만 넉넉지 않은 살림에 만만치 않은 유학 자금을 어떻게 모아야 할지 고민이다. 그는 얼마 전 자녀의 해외 유학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금융 상품을 알아보다가 외화 보험이 있다는 말을 듣고 귀가 솔깃했다. 외화 보험은 달러나 유로 등 외화로 보험료를 내면 나중에 외화로 보험금을 받는 보험 상품으로 10년 이상 납입하면 비과세 혜택을 받는다. 박씨는 "소액을 적립해 외화로 목돈을 받는 상품이라 나처럼 어린 자녀의 유학을 준비 중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자녀의 해외 유학, 노후 이민, 해외 여행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면서 외화보험이 인기를 끌고 있다.

외화 보험은 주로 외국계 보험사들이 선보이고 있다. 그간 보험료를 한꺼번에 내는 일시납이 주였지만, 최근엔 매달 내는 적립식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고객들도 몰리고 있다. 일시납 상품을 판매하는 한 회사는 상품을 출시한 지 넉 달 만에 판매액이 1000억원어치를 넘어섰다.

알리안츠생명은 올 3월 보험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적립식 외화보험을 선보였다. '뉴파워 리치 연금보험'은 매달 보험료를 내기 때문에 환위험을 줄일 수 있고 공시이율(9월 현재 5.2%)도 높다. 이 상품은 출시 후 3개월간 수입 보험료(매출)가 1만 달러 내외에 불과했으나 6월 6만5000달러로 증가하더니 7월 19만2000달러, 8월 28만9000달러로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알리안츠생명 방카슈랑스부 황용 부장은 "30~40대 샐러리맨이 전체 가입자의 78%"라며 "일부 부유층이 아닌 일반 고객에게 인기가 있다"고 말했다. ING생명은 올 4월 '무배당 ING 오렌지 월드 연금보험'을 내놓은 지 4개월 만에 수입보험료 1000억원을 돌파했다. 이 상품은 일시납 외화 보험인 데다 이율이 5.25%(달러형)로 높은 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외화보험의 인기 비결로 해외 생활에 대비한 자금 마련 목적 외에 ▶통화 분산 투자 효과 ▶연 4~5%의 고금리 ▶10년 이상 가입하면 비과세 등을 꼽았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외화 상품은 외화 가치가 오르면 환차익을 누리지만 외화 가치가 떨어지면 환차손을 겪게 된다"고 말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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