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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역사의 퍼즐 조각을 맞추다 '신화 추적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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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적인 이야기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신화. 그러나 신화가 수천 년의 시간을 가로질러 오늘날까지도 우리에게 깊이 있는 울림을 전하며 현대인들의 교양에 필수적인 텍스트로 여겨지는 이유는 그것이 단지 흥미로운 이야기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신화가 가진 가장 큰 매력은 문자로 기록되기 이전의 역사를 담은 인류의 가장 오래된 기억이며, 고대인의 삶과 세계관을 보여주는 가장 훌륭한 상징이라는 점일 것이다.

영국 왕립역사학회 회원이자 BBC 역사 다큐멘터리 프로듀서인 마이클 우드는 신화가 역사적 이야기가 담겨진 틀이라는 관점에서 네 차례의 신화 탐사(샹그리라, 아르고호 원정대, 시바의 여왕, 아더 왕 이야기)를 떠난다. 신화의 배경이 되는 장소를 직접 찾아가 구비전승되는 이야기를 채록하고, 고문서와 발굴 자료를 샅샅이 뒤지며 신화 속에 숨겨진 역사적 단초들을 파헤친다. 철저한 문헌조사와 현장 답사를 바탕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신화를 재구성해 들려주는 《신화 추적자》는 신화 이야기는 물론 신화의 역사적 배경을 알게 해주는 흥미로운 다큐멘터리이다. 다큐멘터리 특유의 사진 자료와 탐사 과정이 돋보이는 이 책을 통해 신화와 역사에 얽힌 새로운 차원의 지적 모험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 잃어버린 역사를 담고 있는 숨겨진 비밀 코드, 신화
- 샹그리라, 아르고호 원정대, 시바의 여왕, 아더 왕 이야기

마이클 우드가 수많은 신화 중에서 선택한 네 가지의 신화는 서구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신화들이다. 아르고호 원정대와 시바의 여왕이 서구 문화의 근원이 되는 그리스와 유대의 신화라면 아더 왕 이야기는 ‘브리튼 설화’에서 비롯된 서구의 토착 신화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 가장 처음으로 다루고 있는 샹그리라는 오늘날 서구인들을 사로잡고 있는 현대의 신화이다.

마이클 우드는 이러한 신화가 단지 상상력의 산물이 아니라 실제 역사적 사건과 인물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라는 전제에서 신화의 원형을 추적한다. 샹그리라 이야기는 인도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지상낙원에 관한 이야기에 서구의 그리스도교 동양 선교에 관한 전설이 결합된 것이며, BC 1300년 무렵에 왕위의 상징인 황금 양털 가죽을 얻기 위해 ‘해 뜨는 나라’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아르고호 원정대는 그리스의 식민지 건설이 역사적 배경이 된 것으로 문명 간의 충돌을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아더 왕 이야기는 켈트족의 ‘브리튼 섬’이 앵글로색슨족의 ‘잉글랜드’로 넘어가는 과정을 살필 수 있는 이야기이며, 구약성서에 솔로몬의 지혜와 권세를 확인하기 위해 어느 이름 없는 지역에서 온 신비의 여인으로만 묘사돼 있는 시바의 여왕 이야기는 철기시대 향료 무역을 통해 막대한 부를 쌓았던 시바 왕국과 솔로몬 왕국의 실체를 밝히는 중요한 단서이다.

신화의 굵직굵직한 역사적 배경과 함께 마이클 우드는 각각의 신화에 얽힌 미스터리를 철저한 고증과 현장 답사를 통해 밝혀내고 있다. 아르고호 원정대가 간 콜키스의 도성을 바니의 유적에서 찾아내고(151~156쪽), 스바네티 협곡의 사금 채취 과정에서 쓰인 양털 가죽과 그루지야 지방의 희생 제의를 통해 황금 양털의 진실을 밝힌다(161~172쪽). 시바의 여왕이 언약궤를 가지고 갔다는 전설의 시작을 알기 위해 에티오피아의 건국 신화를 뒤지고(214~223쪽) 성배 이야기와 마법사 멀린, 원탁의 기사의 진실을 알기 위해 아더 왕 이야기의 배경이 되었던 실제 장소를 탐사한다.

■ 신화의 미스터리를 밝히는 다큐멘터리의 정수

문헌 조사와 현장 답사를 아우르는 복잡한 작업을 토대로 신화를 재구성해 한 편 한 편의 다큐멘터리로 엮어낸 《신화 추적자》는 전체적으로 신화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게 하면서도 신화 속에 숨겨진 역사적 진실을 치밀하고도 꼼꼼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가 추적해간 신화의 진실은 곧 역사적 진실이기도 한 셈이다. 게다가 마이클 우드가 걸었던 여정이나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낸 사진 자료와, 다큐멘터리 특유의 현장감 있는 서술은 신화의 여정을 보다 실감나게 따라가도록 하고 있다.

마이클 우드는 17세기 예수회 선교사와 이탈리아 탐험가의 사진집을 바탕으로 샹그리라 전설을 추적해간 끝에 9세기에 창건되어 17세기 말에 비극적인 종말을 맞이한 인도와 네팔, 티베트의 접경인 히말라야 산속에 있는 구게 왕국이 그 실체라고 주장한다. 또한 황금 양털 가죽을 얻기 위해 ‘해 뜨는 나라’를 찾아가는 이아손과 아르고호 영웅들이 벌인 신화의 여정은 BC 650~BC 600년경의 그리스인들의 식민지 건설이 역사적 배경이라고 제시한다. 서구에서 지혜의 여신 소피아와 영원한 모성 이시스 등과 동일시하며 중요하게 여기는 시바의 여왕 이야기의 최대 논란거리인 시바의 왕국의 위치에 대해서는 BC 10세기 혹은 BC 8세기의 홍해 연안에서 예루살렘 이르는 향료 교역의 주역이던 에티오피아의 악숨과 예멘의 마리브로 추정한다. 아더 왕에 대해서는 암흑시대에 스코틀랜드의 클라이드 계곡에 있던 달리아다 왕국의 왕자 아르투이르가 아더 왕의 역사적 원형이라는 가설을 제시한다.

■ 지은이 : 마이클 우드Michael Wood
영국 왕립역사학회 회원이며, BBC의 역사다큐멘터리 프로듀서이다. 옥스퍼드에서 공부했다. <트로이아 전쟁을 찾아서>(1985)에서부터 알렉산드로스 대왕 및 콘키스타도르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서사적 여정에 이르기까지, 지난 20년 동안 그가 만든 작품들을 통해 ‘학자이자 역사 탐정’이라는 닉네임을 얻었다.
《암흑시대를 찾아서》 《둠즈데이: 영국을 찾아서》 등 영국사에 관한 여러 권의 책으로 호평을 받았으며, <서양의 미술><유산: 문명의 기원을 찾아서><알렉산드로스 대왕의 발자취를 따라><콘키스타도르> 그리고 <셰익스피어를 찾아서> 등 60편 이상의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 정가 : 15,000원

(조인스닷컴 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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