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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독자에게 심판받겠다〃낙선작가들 기성문단에 반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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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낙선작가·시인들이 기성문단에 반기를 들었다. 일간지 신춘문예, 문예지공모 추천등 기성문단데뷔 관문통과에 실패한 사람들끼리 스스로 낙선작들을 출간, 직접 독자에게 선보임으로써 문단을 긴장시키고 있다.
십수년간 소설에 응모하다 번번이 낙선한「만년낙선작가」들이 최근『작품평가에 완전한 객관성이 있느냐』며 낙선작품집을 펴냈는가 하면 낙선 시인끼리 시선집 출간을 기획하고있어 기성문단데뷔제도가 이제 독자들의 심판대에 오르게 됐다.
삼한출판사는 단행본 한 권 분량의 낙선작품을 갖고있는 낙선작가들의 작품집을 간행키로 하고 그 첫번째로 최근 김선영씨의『우리시대의 운전』을 펴냈다.
고3 재학 중이던 1979년부터 90년까지 일간지·문예지등 소설공모에 응모해오던 김씨는 낙선작만 무려 35편. 이중 12편을 스스로 엄선, 출간해 독자들의 심판에 맡겼다.
김씨가 낙선작들을 추려 작품집 발간을 결심한 것은 올 1월. 3∼4편이 겨루는 신춘문예 본심에도 몇번 오른 작품이 있었으나 번번이 낙선, 심사의 객관성에 강한 의구심이 일어 직접 작품집을 발간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번 작품집을 발간하면서 김씨는 몇몇 낙선작가와 함께「오늘의 낙선작가총서 발간위원회」를 구성, 낙선작가들의 작품을 심사해 한해 5∼6권의 낙선작품집을 발간할 계획이다.
한편「바우방」시 동인은 신춘문예 낙선 시들로 무크『90년도』를 5월중 출간할 계획으로 낙선 시들을 모으고 있다. 현재 1백여명의 낙선 시들이 모아졌다.
「바우방」은 기성문단데뷔제도를 거치지 않은 시인들이 모여 10년전 구성된 순수 아마추어 시 동인이다. 자작시 낭송·시 합평회·월간문학통신지 발행등으로 나름대로의 시의 생활화운동을 펴나가고 있지만 문예지등「제도권 문단」발표지면에서는 소외된 20여명의 「재야시인」단체 때문에 이들은 기성문단에 강한 불만을 지니고 있다.
시에 있어서는 완성도도 물론 중요하지만 개성이 최우선인데 이러한 개성은 심사위원들의 취향에 따라 마음대로 취사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이들은 각자의 개성 있는 낙선 시들을 모아 90년대의 다양하고도 개성 있는 시 세계를 열어나가겠다는 기획이다.
그러나 낙선 작가·시인들이 작품을 직접 출간해도「낙선그룹」으로 영원히 남기는 힘들것 같다. 작품이 좋으면 이들도「제도권문단」으로 흡수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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