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정치권 반성할 줄 알았더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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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태국을 방문 중인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이 재신임 문제와 관련, "재신임을 받겠다고 했을 때 정치권에서 스스로 반성하고 숙연해하는 분위기가 있을 줄 알았다"고 말했다고 조윤제 경제보좌관이 전했다. 19일 저녁 숙소인 방콕 셰러턴 호텔에서 한국 경제인들과 한 간담회에서다.

이날 盧대통령은 경제인들이 재신임과 관련해 격려 발언을 하자 이같이 발언한 뒤 "자기들(정치권)은 깨끗하고 (책임에서) 자유로운 것처럼 행동하는 것을 보고 대단히 실망했다"고 덧붙였다고 趙보좌관은 전했다.

서울에 남은 일부 청와대 참모는 "盧대통령은 측근이 돈을 받은 데 대해 대통령직을 물러날 각오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였지만 정치권은 그동안 검찰의 SK 비자금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아무런 반성의 말도 없지 않았느냐"고 가세했다.

그러나 盧대통령의 발언 소식이 전해지자 야권은 발끈했다. 한나라당 박진 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재신임 문제는 국민적 불신을 자초한 도덕성 상실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이라며 "盧대통령의 상황인식은 정말 잘못돼 있다"고 반박했다.

朴대변인은 "盧대통령의 발언 내용은 최초 재신임을 제기했을 때와 달리 계속 바뀌고 있다"며 "마치 정치권 전체의 일인 것처럼 호도하고 책임을 전가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민영삼 부대변인도 구두논평에서 "국정 불안의 원인이 무엇인지 철저히 인식하지 못하고 정치권 탓으로 돌리는 盧대통령의 안이한 시국인식에 대해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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