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대출 금리 인상 '물밑 작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은행권이 부동산담보대출 때 적용하는 기준 금리를 바꿔 사실상 대출금리를 인상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은행들은 현재 3개월짜리 양도성예금증서(CD)의 유통수익률을 대출의 기준금리로 쓰고 있는데, 이를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나 1년짜리 금융채 금리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년짜리 정기예금이나 금융채 금리가 3개월짜리 CD 금리보다 높기 때문에 이 같은 기준금리 변경으로 사실상 대출금리가 오르게 될 전망이다.

국민은행 이옥원 홍보실장은 20일 "최근 CD 유통수익률이 다른 시중 실세금리보다 빠른 속도로 많이 떨어져 시장금리를 대표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부동산담보대출 때 기준금리를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李실장은 "CD 금리 연동 부동산담보대출은 만기가 3년인데 금리는 3개월짜리 수신상품에 연동하도록 돼있어 장기대출의 기준을 단기예금에 두는 셈"이라며 "저금리 기조가 계속 유지될 경우 예금과 대출의 기간 불일치에 따른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대출금리 기준을 1년 이상 장기금리로 바꾸는 게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우리은행도 CD 유통수익률을 1년 만기 정기예금이나 1년짜리 금융채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우리은행 신용정책팀 성낙진 부부장은 "과거 외국계 은행이 CD 금리 연동 대출을 앞세워 시장 공략에 나서면서 국내 은행도 똑같은 상품을 도입했지만 대출이 늘어날수록 은행 부담이 커져 개편을 검토 중"이라며 "다만 어느 한 은행만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닌 만큼 다른 은행과 공조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CD 유통수익률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시장 대표금리로 인정받았으나 올 들어 단기 부동자금이 크게 늘면서 CD 수요가 갑자기 증가해 금리가 과도하게 떨어진 것으로 은행권은 보고 있다.

그러나 금융계 일각에선 CD금리 연동 대출의 비중이 큰 은행이 갑작스런 CD금리 하락으로 수익이 악화되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사실상 대출금리를 올리려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지난 9월 현재 3개월짜리 CD 유통수익률은 연 3.83%로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 4.12%보다 낮아 정기예금 금리로 기준금리를 바꿀 경우 0.3~0.4%포인트의 대출금리 인상 효과가 생기게 된다.

정경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