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일산 유적발굴|「자연환경」조사에 중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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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문화재관리국은 서울시민의 주택난 해소를 위해 계획된 분당·일산지역 신도시건설 예정지구에 대한 문화재발굴조사를 다음달부터 시작, 개발이 본격화되기 전에 끝낼 방침이다.
분당지역은 4월부터, 일산지역은 토지보상문제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는 10월부터 본격발굴조사가 시작된다.
이번 발굴조사에는 손보기 한국선사문화연구소장이 발굴단장, 숭실대·명지대·단국대 박물관팀이 발굴단원으로 참가, 금년 12월까지 조사를 진행한다.
이들지역 관할관청인 경기도측은 문화재 발굴조사를 위한 기초작업인 지표조사를 대학박물관팀들과 함께 지난해 8월부터 시작, 올해초 이미 마무리지었다.
지표조사결과 분당지구에는 지석묘 1백8기, 적석총8기, 사지1개소가 위치한 것으로 밝혀졌다.
일산지구에서는 특히 학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선사시대 토탄층 3개소, 성지 1개소, 지석묘 13기가 발견됐다.
문화재관리국측은 우선 지석묘와 민묘는 발굴후 이전하는 것을 원칙으로하고 적석총은 발굴조사후 보전및 발굴여부를 결정지을 예정이다.
이 지역내에서 고고학 및 역사적 의의가 큰 유적·유물이 발굴될 경우 문화재관리국은 문화재보호법에 의거, 관련부처와 협조해 발굴지역 일대를 근린공원이나 사적지로 지정하기로 했다.
특히 일산읍일대는 한강하류지역으로 지금까지 선사시대 유적이 거의 발굴되지 않았으나 최근 일산읍백석리에서 선사시대의 것으로 보이는 토기와 석기가 발굴된데다 농경문화의 흔적까지 발견돼 학계의 관심이 모아지는 곳이다.
또 일산읍 인근인 벽제와 원당 일대에서 선사시대 유적인 고인돌까지 발견된적이 있어 이 지역에 대한 문화유적발굴에 기대가 크다.
이들지역에 대한 문화재발굴조사과정에서 부수적인 성과로 기대되는 것은 한강의 수위 및 해안선 변화등에 관한 갖가지 자료나 증거의 확보다.
일산지역 4백60여만평은 대부분이 평야 및 낮은 구릉으로 이루어져 한강을 끼고 농경문화가 일찍이 형성됐을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다.
이 지역의 가장 높은 곳은 정발산(해발86·5m)이고 한강유역은 평균적으로 해발5∼7m에 불과해 이같은 추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학계에서는 일산지역에 대한 조사가 기존의 유물중심의 발굴작업과는 달리 자연과학에 기초한 자연환경조사라는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즉 선사시대의 연구가 지금까지는 대부분 유물발굴을 통한 것이었던데 반해 이번 조사는 농경문화탐구·해안선변화·토탄층형성이유 등을 자연과학자들까지 참여해 종합·체계적으로 조사하기 때문이다.
고고학 및 고대사학자들은 이와 관련, 『앞으로 선사시대의 연구는 유물·유적중심을 넘어서 자연사에 기초한 과학발굴조사가 되어야할 것』이라며 이번 발굴조사에 큰기대를 걸고 있다. <김우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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