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도사 구룡사에 『연극전용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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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서울양재동에 최근 완공된 통도사 서울포교당 구룡사(주지 정우 스님)에 좌석 2백석 규모의 연극전용관인「구룡 소극장」이 마련돼 연극계의 환영을 받고있다.
이 소극장의 운영은 극단신시(대표 김상렬)가 전담한다. 첫 공연작은 단신시의 『싯달타』로 사찰개관기념행사가 끝나는 4월28일부터 공연된다.
구룡사는 대지7백 평에 지상4층·지하2층으로 세워진 초현대식 사찰로 소극장은 지하1층에 마련됐다.
불교사찰에 연극전용 소극장이 들어서게 된 것은 만해 한룡운 선생의 일대기를 다룬 뮤지컬『님의 침묵』에서 비롯한 정우 스님과 연출가 김상렬씨의 인연 때문이다.
『님의 침묵』은 지난83년 마당세실 극장에서 공연됐으며 당시 극단세실 소속이었던 김씨가 연출을 맡았었다. 그때 마침 조계종총무국장을 맡아 서울에 머물던 정우 스님이 만해의 일대기를 다룬 이 연극을 보러와 김씨와 알게된 것. 정우 스님은 이때부터 불교와 연극의 만남을 위한 공간을 마련할 생각을 갖게 되었으며 87년 포교당을 짓게되자 김씨와 협의해 연극전용관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정우 스님은『설법 등 포교도 결국은 부처님의 경전이라는 틀에 맞춰 연출된 연극과 같다』며『포교수단으로서의 연극공연이라는 차원을 넘어 이 시대의 대중들이 필요로 하는 문화공간으로서 극장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구룡 소극장은 불교사찰내에 위치하고 있지만 대중적 문화공간으로 마련됐다는 취지에 따라 불교적 소재만을 강요하지는 않을 예정이다. 따라서 운영도 구룡사 측에서 간섭하지 않고 전적으로 극단 신시 측에서 자율적으로 맡게 된다.
극단 측은 비교적 여유 있는 중산층들이 많이 살고있는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주말공연·주부연극교실·청소년연극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 연극인구의 저변확대와 강남지역 연극활성화를 꾀할 방침이다.
극단 측은 자신들의 전문적인 작품공연은 주거지역임을 감안해 주말인 금·토·일요일에만 하고, 평일에는 여유 있는 주부들을 상대로 연극교실을 연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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