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에 또 〃전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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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하철 노조가 또 다시 내연하고 있다. 지난해 3월16일 파업으로 진통을 겪은 지하철 노사는 1년이 지나는 동안 파업이 남긴 상처를 치유하고 후유증 해소를 위해 노력해 봤지만 지난 9일 노조대의원총회에서 파업을 주도, 해고된 노조원들이 주도권을 쥐게되면서 또 다시 대립의 불씨를 안게된 것이다.
지난해 3월16일 서울지하철 노조의 전면파업으로 지하철 운행중단∼경찰의 강제진입∼파업주동자구속∼노조측의 구속자 석방 및 원직복직요구로 이어진 노사대립은 지난해11월 근무형태 변경문제 등으로 또 한차례 파업위기를 맞았으나 가까스로 합의각서를 마련하는 등 한때 성숙한 동반관계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풀려난 구속자중 전임 노조간부들이 새로운 집행부를 구성하면서 일촉즉발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
현재 노사 양측이 안고 있는 현안은 ▲노조의 대표성 ▲파면근로자 복직 ▲단체협약 및 임금협상 등.
특히 노조대표성 여부는 현안들을 한꺼번에 풀수있는 열쇠이면서도 노사가 한치의 양보도 할수 없는 입장이어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노조측은 최낙용 전위원장 직무대행(41)의 사퇴에 따라 지난 9일 대의원대회를 열어 현재 2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중인 정윤광 위원장(43) 대신 파면상태에서 수석부위원장에 선출된 조상호씨(33)가 직무대행을 맡도록 했다.
회사측은 이에 대해 조씨가 이미 사규에 따라 파면 됐기 때문에 조합원의 자격을 상실, 노조대표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밝히고 그 근거로『사규에 따라 파면된 근로자는 노조원으로 될 수 없다』는 노동부의 유권해석을 내세우고있다.
그러나 노조측은 노동조합법에『비록 해고 당했다 하더라도 재판이 진행중인 경우에는 판결확정 때까지 조합원 자격을 갖는다』는 규정을 들어 대의원대회 선출의 적법성을 강조하고 있다.
두번째 현안은 노조측이 올해 단체협약과 임금협상에 앞서 사실상 선결과제로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3·16 파업때 구속자 30명중 복직된 14명을 뺀 16명(10명 항소심 계류·6명 파면 및 파면예정)의 복직.
이 문제는 지난해 11월『원직복직 문제는 항소심 결과가 나올 때 까지 논의를 유보한다』는 합의각서 조항의 해석을 놓고 노사가 대립 하고 있다.
노조측은 2심이 끝난 뒤 회사측이 노조와 상의한번 없이 일방적으로 파면한 것은 약속위반이라는 입장인 반면 회사측은 이 조항이 사후논의의 성격보다는 당시 논의가 어려운 실정을 감안해 유보한 것으로 『좋은 결과가 나오도록 노사가 적극 노력한다』는 조항을 충실히 이행, 현재 14명을 복직시켰기 때문에 약속위반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공사측은 사규에 집행유예 등 금고형 이상을 받은 조합원을 복직시킨다는 것은 사규개정이 없는 한 불가능하다고 못박고 있어 자칫 전면대립 양상으로까지 발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더구나 현 집행부는 조합원들로부터 심정적 지원을 얻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는 반면 회사측은 파면조합원을 복직시키는것은 곧 현재의 강성 집행부를 인정하는 것이고 이는 파업 등 강경대립으로 치닫게 된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어 논의의 여지를 줄수 없다는 것이 속사정이다. 아무튼 지난해 전면파업으로 공익사업체가 갖는 노사대립의 한계를 확인한 지하철 노사로서는 극한대립이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한만큼 최소한 지하철 이용객에게는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 해결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김기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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