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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에쏙] 영어 연극·뮤지컬로 영어공부 해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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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can you betray your neighbor? Selling a person's life, What an evil, wicked man!(어떻게 이웃을 배신할 수 있지? 이웃의 생명을 팔다니 정말 사악한 인간이로구먼.)"

김경욱(상수초 6)군은 지난달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던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 프린지'에서 영어로 공연한 최연소 배우였다. 3년째 영어 연극을 배우는 경욱이는 '춘향전(사진)' 중 변사또의 폭정 장면에서 마을 사람역을 맡았다. '춘향전'을 준비한 극단 '서울' 이정희(34) 대표는 "어린이들이 해외로 나가 전통문화를 직접 영어로 알린 것은 지난해 뉴욕에 이어 두 번째"라며 뿌듯해했다.

어린이 영어 연극.뮤지컬이 국내에 도입된 지 10여 년. 이들은 단순히 '펀 잉글리시(fun English:영어를 더 재미있게 배우려는 학습방법)'의 취지를 넘어 문화사절 역할까지 하고 있다. 이렇게 영어 연극이 인기를 끄는 것은 연극 놀이와 공연 발표를 통해 영어 실력에 발표력.창조력.사회성까지 덤으로 배울 수 있다는 매력 때문. 초등학교에 원어민 강사와 함께 하는 영어 수업이 이뤄지면서 더욱 활기를 띠고 있다.

◆ 학습효과 있나="아이들은 둘 이상만 모여도 자기들끼리 뭔가 재미난 놀이거리를 찾아내요. 다양한 놀이 본능을 영어와 연결시켜 두려움과 거부감을 없앨 수 있어요."

'이엔지드라마영어연극연구소'의 박소영 소장은 "영어 연극은 이미 쌓아놓은 벽돌 전체를 통합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역할극 등 학습자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을 먼저 파악하고 살을 붙여가는 식이기 때문에 학습 효과가 좋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브로드웨이 출신으로 뮤지컬 '넌센스'의 배우였던,'황수경영어뮤지컬'의 황수경 대표는 뉴욕 뮤지컬 학교의 시스템을 한국에 맞춰 각색했다.

◆ 어떤 연극을 하나=초등생이라면 익숙한 동화를 이용한 역할 학습 연극을 시도해 보자. 동화, 전설.신화의 친숙한 스토리를 대본으로 삼아 아이들이 흥미와 재미를 가지도록 각색하면 좋다. 대사는 쉽고 간결하면서 일상 생활에서도 유용하게 쓸 수 있는 표현들로 구성하고 배우들과 역할 토론을 하면서 극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교사나 부모가 얘기를 풀어주는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을 지도해 주자.

◆ 학교에서도 각광받는 교수법= '잉글리쉬 존(English zone)' 등 초등학교에서도 교내 영어센터가 확산되면서 영어 지도 교사 사이에 영어 연극이 빠뜨릴 수 없는 강좌가 됐다. 지난 여름 용인 독정초로 전학온 세영이는 예전 학교(대모초)에서 영어 연극을 수료한 덕에 새 학교에서도 바로 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 어머니 오정미(44)씨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마리아 역을 맡은 덕분인지 전학온 지 얼마 안돼 부회장을 맡는 등 성격이 적극적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이원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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