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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발칙한 아줌마들, 로맨스로 돌아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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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모든 아줌마가 꿈꾸는 로망. '아줌마 판타지'속으로-.

#아줌마는 능력의 상징

원미경 주연의 드라마 '아줌마' 이후 바람난 남편의 바짓가랑이를 붙잡는 아줌마들은 사라졌다. 아줌마들은 이제 "갈 테면 가라"며 새 삶을 찾아나섰다. 그래서 등장한 드라마 공식이 '아줌마스러움=능력'이다. 분한 마음을 품고 주경야독을 한 결과 10년 만에 치과의사가 되기도 하고('발칙한 여자들'), 식당을 차려 성공하기도 한다('있을 때 잘해!!'). "남편 덕에 호강한다"는 시어머니의 비아냥을 들었던 주인공은 가정이란 울타리를 벗어나 보니 경쟁력 있고 자신감 넘치는 여성이었다는 설정은 어느 드라마나 갖는 공통점이다. 마음과마음 정신과의 김성미 원장은 "이혼 후 자아 발견을 하는 드라마 주인공의 모습을 보며 동일시도 해 보고 대리만족을 하는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아줌마는 매력의 원천

적어도 드라마 속에서는 '아줌마스러움=매력'이다. 꽃무늬 촌스러운 한복 바람에 트로트만 구성지게 불러대도('내 사랑 못난이'의 김지영), 전남편을 향해 욕을 해대고('발칙한 여자들'의 유호정), 와인 한 잔에 비틀거리며 철퍼덕 주저앉아도('돌아와요 순애씨'의 박진희) 주인공들은 매력이 철철 넘친다. 그래서 냉혈한 같은 재벌 2세의 마음도 슬쩍 녹이고('내 사랑 못난이'), 팔 부상으로 고전하는 젊은 야구선수에게 희망을 주고('발칙한 여자들'), 첫사랑 남자의 영원한 '이상형'으로 자리 잡는다('돌아와요 순애씨'). 아줌마 주인공들이 삼각.사각 러브라인을 그려내는 요즘 드라마들은 윤리적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인지, 주인공들을 '돌아온 싱글'로 만들고 시작한다.

# 남편? 나는 나!

아줌마의, 아줌마를 위한 드라마가 잘나가는 이유는 또 있다. 오로지 '사랑 타령'만 해대는 트렌디 드라마에서는 찾을 수 없는 인생의 달관, 생활 연기를 맛볼 수 있기 때문. 실제로 주부인 탤런트들이 주인공을 맡다 보니 남편에 대한 악다구니도, 시댁에 대한 푸념도 쉽게 공감을 얻는다. 여주인공은 부모의 이혼 때문에 정신장애를 앓는 딸, 불치병에 걸린 아들, 엄마가 해준 맛있는 스파게티도 못 먹는 아들 생각에 목이 멘다. 이렇게 자식 걱정은 한이 없지만, 남편 마음을 돌리려는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다. 그녀들에게 외도한 남편은 발길질을 해줘도 모자라는, '복수'를 해도 분이 풀리지 않는 대상일 뿐이다. 반면 남성들은 타고난 우유부단함으로 인해 시청자들의 공분을 자아내고도 남을 인물로 그려진다.

#자기 복제의 한계를 넘어야

그러나 이런 몇몇 흥행 코드가 먹히다 보니 비슷한 설정의 드라마가 남발되고 있다. 남편의 외도가 살림에만 매진해 온 주부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고, 상대 불륜녀는 오히려 "사랑하지도 않는데 왜 사느냐"고 쏘아붙이고, 시어머니는 내심 자기 아들보다 부족한 며느리가 나가길 바라는 등 일종의 '공식'이 매번 등장한다. 그리고 '백마 탄 기사'처럼 부유한 남자, 꽃미남 등이 등장한다. 서울여대 언론영상학과 주창윤 교수는 "미국.중국.일본 등지를 비롯해 한국의 제작사와 방송국들은 최근 40대 주부가 가장 충성도 높은 시청자란 사실을 깨닫게 됐다"며 "안정적인 시청률을 확보하자는 측면에서 로맨틱 코미디 스타일이나 전형적인 멜로 드라마라는 두 가지 방식으로 비슷한 스토리를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서로를 복제하는 드라마가 많다 보니, 더 강한 자극을 시도하고 평범함을 벗어난 인물 설정 구도를 무리하게 끌고 나가는 경우도 있다고 분석했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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