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의 반격 "여론 나쁘면 외환은행 인수계약 깰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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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외환은행 매각을 둘러싸고 국민은행과 미국계 펀드 론스타의 신경전이 뜨겁다. 론스타의 존 그레이켄 회장이 최근 "계약 무산도 고려할 수 있다"고 언급한 데 대해 국민은행 김기홍 수석 부행장은 "(최악의 경우) 협상을 포기할 수도 있다"고 맞불을 놨다.

김 수석 부행장은 8일 오후 제주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론스타가 요구하는 안이 받아들일 만한 것이 못 되면 (계약을) 깰 수도 있다"고 밝혔다.

국민은행은 올 5월 19일 론스타와 6조9474억원에 외환은행을 인수하겠다는 본계약을 했으며 협상 시한을 120일로 정했다. 그 최종 시한이 16일이다. 그동안 계약을 위한 절차는 대부분 마쳤지만 검찰 수사가 끝나지 않아 매각 절차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계약 당시 양측은 검찰 수사가 마무리될 때 매각대금을 인수인계한다고 약속했다. 검찰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16일까지 재협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외환은행 매각 계약은 원칙적으로 무산된다.

김 부행장은 "그동안 자문사를 통해 론스타와 의견을 교환해 왔다"며 "우리의 입장은 기존과 같은 조건으로 재협상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협상 무산으로 경제적 손해를 보게 되더라도 국내 '리딩 뱅크'로서의 입장과 국민 여론을 고려해 포기할 수 있다"며 "론스타가 우리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재협상은 쉽게 끝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지루한 협상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부행장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최악의 경우 외환은행 매각은 무산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존 그레이켄 회장은 올 8월 29일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검찰 수사가 다음달 16일까지 결론 나지 않을 경우 예정된 계약 이행을 마무리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효기간을 넘기면 ▶계약기간 연장 ▶계약 내용 변경 ▶계약 파기 등 세 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론스타는 한국 검찰의 수사 때문에 계약이 늦어진 만큼 재계약 때 추가 비용을 요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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