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트로이카(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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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동구를 휩쓸었던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 열풍이 이번에는 대서양을 건너 카리브행 연안에 불어닥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소련의 주간지 모스크바 뉴스는 최근 이례적으로 「혁명의 형제국」 쿠바를 맹렬히 비난하는 기사를 실어 주목을 끌고 있다.
모스크바 뉴스는 쿠바인들,특히 젊은 지식층은 소련의 개혁을 「동경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유독 카스트로만이 그 개혁을 「곱지 않은 눈」으로 보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카스트로를 「시대착오적인 인물」로 표현했다.
모스크바 뉴스가 카스트로를 이처럼 모욕적인 언사로 비난하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카스트로는 지난해 12월 쿠바에서 행한 한 연설에서 『지금 소련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영웅적 인민들이 이룩한 역사적 업적을 부정하고 없애버리려고 하고 있는데 이 행위야 말로 혐오스러운 일』이라고 지적,고르바초프의 개혁정책을 정면으로 공격하고 나섰다.
1년전 고르바초프가 쿠바를 방문했을 때만 해도 두사람의 관계는 아주 우호적이었다. 그러나 그이후 동구에 불어닥친 개혁바람은 카스트로를 점점 고립으로 몰고갔고 특히 개혁압력으로 경제원조까지 중단할 위기에 놓이자 카스트로는 갑자기 소련에 대해 섭섭한 생각이 든 것이다.
최근 쿠바를 다녀온 서방기자들의 보도에 따르면 수도 아바나 국영식품점 진열대에는 양파나 당근을 찾아볼수 없다고 한다. 동구의 여러나라처럼 쿠바에서도 돈을 주고도 살 물건이 별로 없다.
1959년 바티스타정권을 무너뜨리고 권좌에 앉은 카스트로는 집권당시 『병영을 학교로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반대로 오늘날 쿠바의 대학은 병영으로 바뀌었다. 그뿐아니라 사회보장제도가 없기 때문에 환자들은 비타민 한병을 공급받기 위해 2,3일 노동을 해야 한다.
그것은 카스트로가 집권할 당시 6백만명이었던 인구가 지금은 4백만명으로 줄어든 것만 봐도 알수 있다. 2백만명의 인구가 「지상낙원」 쿠바를 탈출해나갔기 때문이다.
현재 지구상에는 조지 오웰의 소설에 나오는 「대형」이 꼭 세사람 있다. 북한의 김일성,알바니아의 호자,그리고 쿠바의 카스트로다. 그러나 지금 쿠바에서 필요한 것은 대형이 아니라 「카스트로이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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