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코너〉미 도와줄 돈 없어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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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민중의 힘」에 의한 또 한차례 「민주주의의 승리」. 니카라과대통령선거의 예상치 못한 야당후보당선에 대해 부시미행정부는 대만족을 표명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새 정부에 대한 경제원조의 길이 막막해 고민하고 있다.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눈의 가시였던 오르테가 현 대통령이 패배, 야당연합세력의 차모로 후보가 승리한 니카라과 대통령선거결과가 나오자마자 미국무부의 터트와일러 대변인은 지난달 26일 『차모로정부가 니카라과경제를 재건할 수 있도록 미국정부는 가능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언명했다.
이어 27일 부시행정부는 곧 니카라과로부터 파견될 대표단을 상대로 차모로 89정부원조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자면 부시행정부는 현재로서는 니카라과 지원을 위한 재정적 여유가 마련돼있지 않은 상태다.
미국정부는 차모로승리에 대한 준비태세가 전혀 돼있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중남미를 뒷마당 정도의 영향권 내로 간주하고 있는 미국은 특히 니카라과에 대해서는 새 정부에 대한 지원을 일종의 도의적 책임으로까지 생각하는 분위기다.
오르테가 대통령의 공산주의산디니스타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미국이 우파 콘트라반군을 앞세워 대리전쟁을 치르는 10년에 가까운 기간동안 니카라과 국민은 전쟁·인플레와 실업등으로 곤경을 겪어왔다.
이번 선거결과로 미국의 경제원조는 불가피해졌다. 부시대통령이 직면한 문제는 그러나 돈이 없다는 사실이다. 이미 미국은 노리에가 장군이 밀려난 파나마, 민주화가 움트기 시작한 폴란드· 헝가리·체코슬로바키아에 대한 새로운 원조재원을 마련하느라고 진통을 겪고 있는 중이다.
부시행정부가 우선 취할 수 있는 것은 무역제재의 해제뿐이다. 피츠워터 백악관대변인은 27일 니카라과 원조방안을 묻는 기자질문공세에 대해 국가별 원조방식의 신축성을 모색하고 있다고만 답변했다.
오르테가 정권이 막상 물러나게는 됐지만 그 뒤처리가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
【워싱턴=한남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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