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동서블록 해체하자”/나토ㆍ바르샤바 조약기구 흡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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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냉전 청산할 「헬싱키지대」 설치/하벨 체코대통령 평화조약 제의
【프라하 UPI=연합】 하벨 체코슬로바키아 대통령은 1일 기존의 동서 블록을 제거하고 이를 대체할 「헬싱키 지대」를 북반구에 설치할 것을 제의했다.
하벨대통령은 전통적인 동서진영구조를 타파하기위한 이같은 제안과 함께 「제2의 헬싱키 안보회담」을 준비하기 위해 올해 모든 유럽국가수반이 참석하는 전유럽 정상회담을 열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그는 이어 그같은 구상은 제2차대전후 이루지 못했던 전세계적인 평화조약에 필적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헬싱키 지대 창설에 관한 합의는 현존 유럽 국경을 확인할 뿐 아니라 이같은 과정을 통해 통독문제가 규정되고 비준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벨은 이어 『그후 바르샤바조약기구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헬싱키지대라는 통일된 유럽 구조하에 합병 흡수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같은 새로운 유럽 구조가 통일된 독일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독일의 중립화 또는 NATO회원국 잔류라는 안이 모두 상이한 성격을 띤 것이지만 독일의 입장을 규정하고 유럽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를 만드는데 문제가 없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헬싱키지대안 내용과 의미/동구 민주화 따른 새질서 구축/유럽지역 군사긴장 완화 새구상
최근 미국과 소련을 순방한 바 있는 하벨 체코대통령이 1일 내놓은 유럽전역의 「헬싱키 지대화」(Helsinki Zone) 제안은 동서냉전의 종식,소련 및 동유럽의 민주화개혁,독일통일 움직임의 구체화 등 현재 유럽에서 벌어지고 있는 역사적 대변화에 부응할 수 있는 유럽의 신질서 확립을 위한 한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한 구체적 작업으로 하벨은 이미 미소정상회담과 전유럽정상회담의 프라하 개최를 제안한 바 있는데 이번에 다시 헬싱키지대화 제안을 내놓아 유럽의 역사발전에 체코가 능동적 역할을 담당할 것을 자임하고 나섰다.
현재 유럽의 질서는 이른바 「헬싱키체제」의 기본골격하에서 유지되고 있다. 75년 7월30일 핀란드 수도 헬싱키에서 알바니아를 제외한 전유럽국가와 미국ㆍ캐나다 등 35개국 정상들이 모여 유럽안전보장협력회의(CSCE)를 개최,유럽의 긴장완화와 상호안전보장에 관해 토의했다.
이 회의에서 채택된 합의문서가 바로 헬싱키선언으로 ①유럽의 안전보장 ②경제ㆍ과학기술분야의 협력 ③인권문제를 그 주요내용으로 하고 있다.
헬싱키선언은 비록 구속력을 갖는 조약이 아닌 선언에 불과하지만 동서 양진영이 대립하고 있는 유럽에 긴장완화의 제1보를 내딛는 역사적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그후 소련에 고르바초프체제가 등장하면서부터 소련ㆍ동유럽에 커다란 변화가 발생,헬싱키체제를 근본적으로 수정할 필요가 생겼다. 특히 지난해 동유럽을 휩쓴 민주화개혁으로 인한 동유럽블록의 사실상 붕괴,그리고 갑자기 눈앞의 현실로 나타난 독일통일문제 등으로 유럽에 새질서 구축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고르바초프는 일찍부터 「유럽공통의 집」(European Common House) 이론을 내세워 지금까지의 동서유럽이 유지해온 군사적 대립관계를 청산하고 「하나의 유럽」으로 공동번영할 것을 주창하고 이를 위해 제2의 헬싱키선언을 위한 「헬싱키 Ⅱ」 개최를 요구하고 있다.
하벨의 헬싱키지대화 제안은 고르바초프의 주장과 일맥 상통하고 있으나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나토와 바르샤바조약기구의 완전해체까지 요구하고 있다.
저명한 반체제 극작가에서 하루아침에 현실정치가로 탈바꿈한 하벨의 「드러매틱」한 이 외교적 제안이 동서양진영에 의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주목된다.<정우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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