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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리스트 요요마 재미 작곡가 김지영의 '에밀레종' 카네기 홀서 초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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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세계적인 첼리스트 요요마(51.중국명 馬友友.사진)가 이끄는 실크로드 앙상블이 재미 작곡가 김지영(37.아래 작은 사진)씨의 신작'에밀레 종'을 16~17일 뉴욕 카네기홀에서 초연한다. 김씨는 연세대와 인디애나 음대 대학원을 거쳐 예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샌프란시스코 퍼포먼스'의 상주(常住)작곡가로 활동 중. 2001년 요요마의 위촉으로 가야금 병창과 오보에.첼로를 위한 3중주'밀회(Tryst.2001년)'를 작곡해 실크로드 앙상블이 초연한 바 있다.

요요마가 김씨에게 두번째로 위촉한'에밀레 종'은 카네기홀 내 잔켈 홀(540석)에서'Ancient Bell'이라는 영문 제목으로 첫선을 보인다. 첼로와 바이올린, 장고, 네이(퉁소와 비슷한 이란의 관악기) 등 4개의 악기를 위한 실내악곡이다. 서양악기와 한국.이란의 전통악기가 어우러지는 이색 작품이다.

첼로는 요요마가 맡고, 장고는 2001년부터 실크로드 앙상블 멤버로 활동 중인 김동원(41.원광디지털대 전통공연예술학과 교수)씨가 연주한다. 장고 연주자는 구음(口音.가사 없이 목소리로 선율을 흥얼거리는 것)까지 1인 2역을 맡아 작품 전개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낸다. 구음을 낼 때 요요마는 첼로의 몸통을 두드리면서 한국의 전통 장단을 구사한다. 작품의 처음과 끝에 미리 녹음해 둔 에밀레 종소리가 삽입된다. 이번 공연에서 관객과 연주자의 거리를 더욱 좁히기 위해 무대를 객석 중앙에 설치했다.

이번 카네기홀 공연은 실크로드 앙상블이 6~15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탱글우드 뮤직센터에서 펼치는 워크숍의 피날레 행사. 장고(한국).비파(중국).타블라(인도).사쿠하치(일본) 등 실크로드 국가들의 전통악기를 포함하는 신작 7편이 함께 초연된다.

김씨는 "종소리와 함께 온누리에 복이 내리도록 기원한 조상들의 마음을 담았다"며 "음계와 선율은 에밀레 종소리를 분석해 나온 음들로 재구성했고 리듬은 전통 굿장단을 썼다"고 말했다. 또 "요요마가 2004년 서울에서'밀회'를 연주했을 때 에밀레 종에 대한 설화에 특별한 관심을 보였다"고 귀띔했다. 작곡을 의뢰하는 편지와 함께 김씨에게 배달된 것은 실크로드 프로젝트 사무국에서 수집한 에밀레 종에 대한 논문과 기사로 꽉찬 박스였다.

김씨는 최근 '팔만대장경(Tripitaka Koreana)'이라는 곡도 완성했다. 첼리스트 양성원(39.연세대 교수)씨가 바이올린.첼로.대금을 위해 위촉한 작품이다. 한.불 수교 120주년을 맞아 결성된 한불 트리오(피아노 드니 파스칼, 바이올린 필립 그라팡, 첼로 양성원)의 9월 25일 파리 레쟁발리드 대성당 공연에서 초연된다. 대금 연주자 안성우(45.영남대 교수)씨가 함께 연주한다. '팔만대장경'은 10월 8일 합천 해인사를 시작으로 15일까지 서울(예술의전당 콘서트홀, 12일) 등 전국 4개 도시를 순회하는 한불 트리오 공연에서 연주된다.

◆ 실크로드 프로젝트=첼리스트 요요마가 1998년 창설한 비영리 예술단체. 현지 조사와 연구 작업을 토대로 박물관.음악가.작곡가 등으로 구성된 네트워크로 발전됐다. 동.서양 문화교류의 산실이었던 비단길의 음악적 전통을 새로운 창작의 영감으로 되살려 공연과 음반 작업은 물론 교육 프로그램으로 활용하기 위한 글로벌 프로젝트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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