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석유파동이 오기전에/흥청망청 에너지 과소비 자제해야(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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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리 경제는 날이 갈수록 더 많은 에너지를 마셔야 성장할 수 있는 「에너지 체질」로 바뀌고 말았다. 싼 기름값만 믿고 무절제한 과소비에 젖어있는 동안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전체 사회가 에너지 중독에 빠져든 것이다.
작년의 에너지소비 증가율이 10년 만에 처음으로 경제성장률을 웃돌았다는 보도(21일자 중앙일보)가 충격일 수밖에 없는 것은 바로 그같은 병증을 확인하게 되기 때문이다.
74년과 79년의 두차례 오일 쇼크가 우리경제를 강타했던 사실은 과소비의 사회는 까마득히 잊은채 저유가를 두고 마치 우리나라가 산유국이나 된듯한 착각속에 안주해 있었다. 10분이면 걸어갈 거리에 굳이 차를 몰고 나가는 습관,대낮의 밝은 창가에 켜진 전등,휘황찬란의 극치를 이룬 유흥가의 네온사인행렬 등 에너지절약과는 아예 담을 쌓은 것 같은 풍경이 가정ㆍ기업ㆍ거리의 도처에 널려있다. 정말 이럴 때가 아니다.
79년의 오일 쇼크때만 해도 당시 우리 경제의 높은 석유의존도가 경제적 충격의 강도를 그만큼 증폭시켰던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90년대의 석유시장전망 역시 반드시 안심할 수 있는 것만은 아니므로 값이 쌀때 한방울의 기름도 아껴쓰는 습성을 지금부터라도 길러나가야 한다.
지난달 사우디의 야마니 전석유상이 90년대 중반의 석유위기를 예고한 것 말고도 제3의 석유파동에 대한 전문가들의 경고가 최근 심심찮게 나돌면서 이에 관한 반론도 자주 대두되고 있어 현단계에서는 석유수급의 비관론과 낙관론이 팽팽히 맞서있는 셈이지만 적어도 90년대 중반까지는 현재 배럴당 18달러 수준인 국제유가가 25달러 수준까지 상승한다는 전망에 있어서는 대체로 이견이 없는 실정이다.
현재 우리가 안고 있는 에너지 과소비 문제는 비단 전체 소비량의 급증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소비의 석유비중이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고,또 용도별로는 산업용보다 가정ㆍ상업용과 운수용의 석유소비량이 상대적으로 빨리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다.
에너지중 석유비중은 78년의 63%를 정점으로 85년에 48%까지 내려갔다가 금년에는 다시 50%선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쯤되면 우리 경제의 석유의존도는 위험수위를 향해 치닫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전반적인 과소비의 추방운동을 에너지 과소비의 시정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은 차제에 한번 추진해볼만한 일이다. 국민 모두의 근검절약이 당면한 경제난 극복의 관건이라는 점에서도 그것은 뜻깊은 일이 될 것이다.
에너지 중독의 퇴치에 정부가 앞장서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무엇보다 정부는 방대한 석유기금의 보다 많은 몫을 에너지 이용의 효율화사업에 돌려야 한다.
에너지 이용 합리화자금을 관광호텔이나 여관 등 유흥업소의 지원에 써버린 과거의 실책을 반복하지 말아야 함은 물론이고 금년에도 환경오염 방지를 석유기금 활용의 중점사업으로 정한 나머지 실질적인 에너지 절약사업을 소홀히 한 점 등은 마땅히 재고되어야 한다. 에너지의 효율적 이용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 노력을 당부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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