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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 지시로 4개월 만에 나온 '장애인 종합대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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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4일 오전 11시20분 정부 중앙청사에서 한명숙 국무총리가 장애인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한 총리는 "이번 대책은 장애인이 희망을 가지고 차별 없이 사는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간절한 소망을 담은 것"이라고 말했다. 발표된 대책에는 장애인의 소득보장, 의료 문제, 교육과 주거, 차량 이용 문제 등 거의 대부분을 망라하고 있다.

발표 행사에는 유시민 복지부 장관과 교육인적자원부.노동부.건설교통부.여성가족부 차관 등이 배석했다.

같은 시각, 정부 과천청사 앞에선 장애인들의 천막 농성이 13일째 계속됐다. 장애인 정충제(33)씨는 "오늘 발표한 정부 대책은 생색내기"라고 비판했다. 그는 "예산을 적게 사용하더라도 장애인이 필요로 하고 도움이 되는 것을 해야 하는데 정부는 공급자 입장에서 손쉽게 할 수 있는 정책만 만든다"고 말했다.

이번 대책은 '장애인의 날'(4월 20일) 직후 대통령 지시에 따라 4개월 만에 부랴부랴 만든 것이다.

◆ 대책은 쏟아지는데=정부는 내년부터 저소득층 중증 장애인에게 지급하는 수당을 월 7만원에서 13만원으로 늘린다고 밝혔다. 중증 장애인 1만3000여 명에 대해선 내년부터 활동 보조인 서비스도 실시된다. 2010년부터는 장애인에 대해 유치원과 고등학교 의무교육이 이뤄진다. 또 2013년까지 시내버스의 30~50%를 장애인이 타고 내리기 편한 저상버스로 교체하기로 했다.

정부의 대책은 ▶특수학교 14개 신설, 특수학급 950개 증설 ▶장애인 주택 개조 지원 ▶도시 규모별 20~80대 콜택시 운영 등 여러 가지다.

문제는 예산이 어디서 나오느냐는 것이다. 올해 정부의 장애인 복지 예산은 9100억원이다. 종합대책을 시행하려면 매년 3700억원이 더 필요하다. 예산을 40%나 더 늘려야 한다.

정부는 분야별 재정 소요를 밝히지 않고 있다. 복지부는 "1조5000억원이 추가로 소요되고, 세출 구조조정으로 재원을 조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획예산처는 "대책과 관련된 추가 소요액 산정이나 배분 계획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예산처와의 협의가 덜 돼 대책 발표를 미루자는 의견도 있었다"고 말했다.

◆ 냉소하는 장애인들=김성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조직국장은 "활동 보조인의 경우 정부 계획대로라면 1급 장애인이 하루 한 시간 정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며 "아침에 세수 한 번 시켜주고, 휠체어 한 번 옮겨 주면 끝난다"고 말했다. 그나마 이 서비스를 4개월 뒤 실시한다고 했지만 활동 보조인에 대한 교육이나 보조인 소개센터 설립은 시작도 못하고 있다.

장애인들은 정부의 의료대책에 대해서도 "입원 기한 제한으로 3개월마다 다른 병원을 찾아다니는 문제가 더 시급한데 엉뚱한 병상 증설만 앞세운다"고 지적했다.

이문희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정책실장은 "저소득층에게 장애 수당을 더 주는 것은 좋지만 고용 촉진책이 빠졌다"며 "장애인들은 취직을 하려고 애쓰기보다 정부에서 생활비를 받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되는 것이 차라리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런 비판에 대해 유시민 복지부 장관은 "인프라 구축이나 이동권 보장, 취업 보장 등을 위해 추가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영훈.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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