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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최루액 '제한적 허용' 바람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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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헌법 제2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에 대해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인정하고 있다. 집회 시위는 직접민주주의의 수단으로서 평화롭고 적법하게 개최돼야 한다. 그런데 과격 폭력시위로 국민과 경찰관이 부상을 당하는 일이 빈발하고 있다. 경찰청 발표에 따르면 폭력시위는 감소 추세에 있으나 부상당하는 경찰관은 오히려 늘고 있다. 2004년 621명, 2005년 893명에서 올해는 7월 말까지 469명이었다. 이로 인해 죽창에 찔리고 쇠파이프에 맞아 다친 수많은 전.의경이 병원에 누워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대통령과 정치권에서는 '평화적 시위문화 정착'을 위해 대대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여전히 불법과 폭력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과격 폭력시위는 경찰 부상자 속출뿐 아니라 막대한 치안력을 낭비시키고 있다. 2003년 치안업무 관련 분야별 사회적 손실 비용을 추정한 결과 집회 시위 비용은 2349억원으로 범죄, 교통사고 다음으로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소수의 시위권을 보장하기 위해 다수 시민이 향유하는 장소 이전권, 주거 평온권, 행복 추구권이 박탈되는 모순과 함께 외국 공관들이 정상적인 업무수행이 어렵다며 외교문제를 제기하는 등 국가 신인도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민주주의가 발전할수록 공권력 집행은 더욱 엄정해야 하지만 과격 폭력시위가 빈발함에 따라 경찰의 공권력도 수난을 당하고 있다. 문제는 공권력 경시 풍조의 최대 피해자는 우리 시민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당한 법 집행을 자꾸 무시할 때 경찰관의 법 집행은 그만큼 어려워진다.

경찰은 1999년 무최루탄 원칙을 선언한 이후 평화적인 시위문화 정착을 위해 여경을 집회 시위 현장에 전진 배치하고 질서유지선을 설정하는 등 소위 '인내 진압'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관 부상과 공권력 실추에 대한 인내가 한계에 다다르지 않았나 생각된다. 이제는 경찰관의 부상을 최소화하고, 실추된 공권력을 바로세우기 위해 과격 폭력시위에 대해선 최루액을 사용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경찰청에서 지난달 네이버와 다음을 통해 인터넷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참가자의 80% 정도가 과격 폭력시위 때 최루액 사용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의 연구자료 및 국내 연구기관의 실험 결과 최루액은 인체에 독성이 없는 것으로 분석돼 대부분 국가의 경찰이 진압 작용제로 사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최루액은 최소한의 한도 내에서 사용돼야 한다.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11조에 따라 최루액의 사용 일시, 사용 장소, 사용 대상, 현장책임자, 종류, 수량 등을 기록.보관해 남용되는 일이 없도록 철저하게 감시.통제해야 함은 물론이다.

과격 폭력시위 대처에 최루액 사용이 능사가 아님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우리 모두 사회적 갈등을 대화로 해결하는 합리적 방안을 모색해 국민의 기본권 보호와 엄정한 법 집행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성숙한 집회 시위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최응렬 동국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