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중립' 중국 찬성하자 佛·獨 설득 이끌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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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미국이 제출한 이라크 결의안이 유엔 안보리에서 '15대 0'만장일치로 통과되기까지는 엎치락 뒤치락한 막후 외교전과 각국의 치열한 눈치작전이 있었다.

프랑스.러시아.중국 등 중요 안보리 상임 이사국들은 지난 13일 미국이 유엔 역할 강화를 골자로 하는 네번째 안보리 수정결의안을 제출했을 때만 해도 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결의안 통과를 둘러싸고 팽팽하던 힘의 균형은 15일 중국으로 인해 깨졌다. 그동안 중립적 입장을 견지하던 중국은 이날 밤 찬성 쪽으로 선회했다.

중국이 찬성 쪽으로 돌자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모스크바를 설득하면 프랑스.독일도 찬성 쪽으로 유도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파월의 계산은 맞아 떨어졌다.

러시아가 마침내 '총대'를 메고 나섰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밤 프랑스.독일의 정상과 45분에 걸친 3각 전화회담을 통해 결의안 찬성을 이끌어냈다. 미국도 이 과정에서 프랑스.독일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 약간씩의 양보를 거듭했다.

존 네그로폰테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특히 "마지막 순간에 유엔의 역할 강화 등 두개 항목을 수정했다"고 말했다. 프랑스.독일이 찬성 쪽으로 선회하자 파키스탄도 찬성으로 돌았다.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안보리 이사국 중 유일한 아랍국인 시리아였다. 자국을 제외한 모든 이사국이 찬성으로 선회했음을 파악한 시리아의 파이잘 마크다드 유엔주재 시리아 대사는 16일 오전 1시30분, 9시20분 두차례 네그로폰테 대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찬성을 알리는 전화였다.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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