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독­현실로 다가오고 있다/오늘 소­서독 정상회담이 분수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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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서방화 통일,나토에도 잔류/소서 「겐셔안」수용땐 급진전
독일통일의 마지막 고비가 될것으로 보이는 서독ㆍ소 정상회담이 10일 모스크바에서 열린다.
이번 회담에서 콜서독총리는 고르바초프 소련공산당 서기장에게 이른바 「겐셔안」으로 불리는 서방화 통일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타결전망은 아직 불투명하지만 이번 회담에서 만일 고르바초프가 이를 받아 들일 경우 통일후 「군사적 균형」이라는 마지막 난제까지 해결됨으로써 독일통일은 크고 작은 장애물을 모두 뛰어 넘어 골인지점만을 눈앞에 남겨두게 되는 셈이다.
지난주 고르바초프의 재가(?)를 얻어 모트로프 동독총리가 밝힌 중립화통일안에 바로 이어 나온 이 「겐셔안」에 대해 미국등 서방측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부시 미대통령은 『고무적인 제안』이라고 평했고,프랑스ㆍ영국등 독일통일후의 군사적 균형문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유럽국들도 『현실적으로 타당한 제안』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소련의 앞마당에 해당되는 중부유럽을 군사적 완충지대로 확보하기 위한 독일의 중립화가 크렘린의 목표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지만,고르바초프등 소련지도층 자신이 그 실현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는게 일반적 지적이다. 독일통일후 유럽의 군사적 불균형문제를 심각히 우려하고 있는 서방측이 이를 용인할리 만무하다는것을 크렘린 스스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때 모트로프 동독총리가 내놓은 중립화 통일방안은 오는 3월로 다가온 동독의 자유 총선을 의식한 국내여론 무마용일뿐 대외협상용은 아니라는 지적들이다. 서독ㆍ소 정상회담을 앞두고 셰바르드나제 소련외무장관은 「겐셔안」을 『고려할 만한 가치가 있는 제안』이라고 평가,타협 가능성을 시사했다.
따라서 이번 회담에서 고르바초프서기장은 콜총리와 독일의 서방화통일안을 놓고 중점논의를 벌일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유럽의 관측통들은 「겐셔안」이 현실적으로 타협가능한 안이라는 점은 인정하지만,나토회원국에 소련군이 주둔한다는 「논리적 모순」을 장차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큰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겐셔장관은 『이는 나토의 개념재정립문제및 군축문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다시말해 나토의 성격이 현재의 군사동맹체에서 정치협력기구적 성격으로 바뀌고,이와 더불어 현재 진행중인 미소간 유럽주둔군 감축협상이 타결되면 이같은 모순은 자연스럽게 해소될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통일후에도 어느시기까진 38만명에 달하는 소련병력의 동독주둔은 현실적으로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아무튼 이 문제까지 무난히 타결될 경우 동ㆍ서독 재통일을 가로막는 장애요인은 사실상 모두 제거되는 셈이다.
지난해 11월9일 베를린장벽이 허물어지면서 독일인들의 통일에 대한 합의가 완전히 이루어졌고,그동안 통일을 반대하는 입장을 유지해온 동독정부도 급기야 국민의 여론에 밀려 자체적인 통일방안을 제시할 정도의 적극적 입장으로 선회했다.
뿐만 아니라 통일에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 여겨졌던 소련의 반대가 지난주 고르바초프의 「통독불가피」입장 공식표명으로 무효화되면서 동ㆍ서독간 통화단일화문제가 논의되는등 독일통일은 이제 구체적인 실현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현재 모스크바에 머물고 있는 베이커 미국무장관이 모스크바행 기상에서 『독일통일은 사실상 이미 시작됐다』고 지적했듯 이제 독일통일은 6개월후냐,아니면 1년후냐 하는 시간문제만을 남겨 놓고 있는 셈이다.
독일의 분단을 기초로 유지돼온 전후 45년간의 유럽질서는 바야흐로 완전한 변혁의 기로에 서있는 것이다.<파리=배명복특파원>
◎겐셔안이란 무엇인가/독일에 미ㆍ소군 분할 주둔체제 유지
지난주 워싱턴에서 있었던 베이커 미국무장관과의 회담에서 겐셔 서독외무장관이 밝힌 이 서방화 통일안은 통일후에도 독일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일원이라는 자격을 그대로 보유하되,군사적으로는 현재의 미소분할주둔체제를 당분간 유지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즉 통일후에도 미군등 나토군과 소련군은 각각 현재의 서독과 동독지역에 계속 주둔하며,나토는 현재의 양독국경을 넘어 동독지역으로 무기나 병력이동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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