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하위에만 머물 수 없잖아요〃|한일은 결승도약 ″횃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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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한일은 여자탁구팀이 황혼기에 접어든 것으로 치부됐던 금융단 스포츠의 긴 잠을 깨우는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80년대 들어 「경기력=경제적 지원」이라는 그럴듯한 등식이 상식처럼 받아들여지던 스포츠계에서 퇴조만을 거듭하던 금융단 스포츠에 한일은팀은 성실과 끈질긴 노력만 있으면 이를 극복할 수 있다는 산 교훈을 실증해 보인 것이다.
탁구뿐 아니라 야구·축구·배구 등 각종 인기 구기종목에서도 금융단 팀들은 경제적 지원의 소홀로 유명선수 스카우트는 아예 생각할 수도 없다.
따라서 「돈이 있는」 실업팀이 훑고 가버린 뒤끝을 따라다니며 2류, 혹은 무명선수들을 영입해 오는 형편이다.
한일은팀은 8일 제5회 탁구 최강전 여자단체 준결승에서 실업강호 대우증권을 강습, 예상을 깨고 통쾌한 승리를 거두어 금융단 팀으로서 이 대회사상 전례 없는 결승진출의 대 기염을 토했다.
이 팀의 주역은 정영아(정영아·2O) .탁구명문 경주 근화여고 출신이지만 한일은 입단 2년 만인 지난해에야 비로소 그것도 협회추천 케이스로 대표상비군 선발전에 출전, 금융단 선수로는 유일하게 9명의 대표상비군에 뽑혔다.
『사실 3-1정도의 패배를 예상했었다. 주니어대표출신으로 국가대표 2진급에 해당하는 김숙경 (김숙경) 이정임 (이정임) 정지영 (정지영) 등의 대우증권에 이길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러나 꾸준히 그리고 열심히 노력한 만큼의 흔적은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난 66년 팀을 창단, 84년 추계실업연맹전 우승이 유일한 전국규모대회 결승진출이었던 한일은이 이날 경기에서 승리, 결승에 오르는 순간 눈물을 쏟았던 박도천 (박도천·협회심판이사) 감독의 말이다.
이날 경기장에는 한일은 사상 처음으로 1백7O명의 본점직원들로 구성된 탁구팀 응원단이 동원됐다.
결승진출은 고사하더라도 금융 팀으로는 유일하게 4강에 오른 것만으로도 충분히 자축할만하다는 팀 관계자의 간곡한 요청이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한일은은 오는14일 국내실업최강 한국화장품과 결승전을 갖는다.
그러나 여자탁구의 1,2인자인 현정화 (현정화·21) 홍차옥 (홍차옥·2O) 이 버티는 한국화장품에 이길 가능성은 희박하다.
▲준결승제 3일(8일·문화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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