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기류 경제정책 뒤흔든다/균형 뒤틀리는 정­관­재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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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정계인사 잦은 재계접촉에 의혹 눈길/공개념ㆍ실명제등 개혁조치 손질 우려/물가사정 감안 “성장위주 전환”엔 문제
정계의 신당기류이후 경제부처가 겉돌고 있다.
최근 경제정책의 기조나 실명제ㆍ토지공개념등 일련의 개혁조치와 관련,정계ㆍ관계ㆍ재계의 3각 구도가 기존의 균형상태에서 어긋나 있으며 관계만이 붕 떠있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박태준 민정당대표,이승윤 민정당 정책위의장 등이 「실명제 실시시기 재검토」「경제정책기조의 성장위주 전환」등을 계속 「흘리고」있는 가운데 경제팀의 총수인 조순부총리는 과천에 앉아 『집안 살림도 아니고 나라살림을 한다는 사람들이 나에겐 일어반구 이야기도 없이 혼란만 불러 일으킨다』고 언짢아 하고 있는가 하면,최근 박철언 정무제1장관,문희갑 경제수석이 오후 늦은 시각 나란히 유창순 전경련회장실에 나타나 2시간여 「밀담」을 나누고 가는등 권력의 핵심이 재계를 접촉하는 빈도나 농도는 전과 같지 않다.
일견 신당 창당의 기류속에서 현 경제팀이 철저히 따돌림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분위기는 개각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경제부처 고급공무원들은 물론,경제행정의 실무를 맡고 있는 일반공무원들에 이르기까지 모든 경제부처에 심각할 만큼 민감한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조부총리는 이미 지난 5일 자신의 62회 생일을 맞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제 과거 60∼70년대처럼 성장과 분배가 대립되는 때도 아니며,곡식과 잡초가 함께 자라는데 곡식의 성장이 잠시 전만 못하다 하여 비료를 확 뿌렸다가는 잡초만 자라고 만다』며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같은 신당관계자와 경제팀장의 견해가 엇갈리자 경제부처의 한 고위당국자는 『정국안정이 기대되기는 커녕 자기들 「밥그릇」챙기려하는 정치가 경제를 더욱 헝클어 놓을 우려가 있다』고 말하는가 하면,또 다른 한 관계자는 『아직 신당의 입장이 정리도 안된 상태에서 기조전환 운운하는 무책임한 발언이 자꾸 나오는 것은 개각을 앞두고 개인적인 딴 생각이 있어서가 아니냐』며 특정인사의 「가벼운 입」을 노골적으로 비난하고 있다.
또 현실적으로 물가나 재정ㆍ통화사정등을 놓고 보면 신당쪽의 성장위주전환론은 결국 말뿐인 정치선전에 그치고 말 것이라는 냉소적인 반응도 나오고 있고 『언제든지 집에 갈 준비가 되어 있다』는 고위공무원이 있는가 하면 『경제관료생활에 환멸을 느낀다』는 실무자들도 있어 경제행정이 온통 뒤숭숭한 상태다.
이같은 분위기에서 지난달 30일 여의도에서의 유창순ㆍ박철언ㆍ문희갑씨등 3인의 회동은 정ㆍ재계의 빈번한 접촉과 관련,주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박철언장관이 전경련에 발걸음을 한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인데다 방문시기도 신당정국의 출발직후여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와 함께 전경련 고문이었던 박태준 민정당대표의 발탁이나 박대표와 가까운 전경련부회장출신의 노인환의원이 3당합당발표직후 민정당 재정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도 재계의 정치권에 대한 영향력강화와 관련,관심을 끌고 있다.
전경련은 최근 또다시 경제정책에 대한 재계의 입장을 정리한 건의서를 당측에 전달하기도 했는데,이같은 정ㆍ관ㆍ재계의 움직임이 상호 균형과 대화를 이루지 못한채 삼극화현상을 나타내 경제정책의 현안문제를 다루는데 계속 혼조를 보이지 않을까 걱정된다.<김수길ㆍ길진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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