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타민] 남성 근로자 '출산파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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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젊은 남성 근로자들이 출산 파업을 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현재의 육아휴직 제도가 아버지 노릇을 제대로 할 수 없게 한다면서 반기를 든 것입니다. 쉽게 말해 애를 낳지 않겠다는 겁니다. 한데 남자들이 대체 무슨 수로 출산 파업을 한다는 것일까요. 답은 '피임 하겠다'는 겁니다.

시민단체인 한국청년연합회(KYC) 산하기구인 '일과 아이를 위한 시민행동'은 31일 100명의 남성이 연말까지 4개월간 피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출산 파업단은 20~30대 직장인으로 구성됐습니다. 이들은 3일 서울광장에서 모임을 열고 파업에 동참할 사람을 추가 모집할 예정입니다. 추가 모집에는 성별 제한을 두지 않는다고 합니다. 요구 사항 관철 정도에 따라 파업 기간이 길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들이 내건 요구는 남성 근로자의 육아휴직 1개월을 법으로 보장해 달라는 것입니다. 현재 돌이 되지 않은 자녀를 가진 근로자면 남녀 구분 없이 총 1년간 육아휴직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단체의 천준호 대표는 "회사 눈치가 보여 여자도 휴직하기 어려운 실정인데 남자는 오죽하겠느냐"며 "남성 근로자가 의무적으로 한 달간 육아휴직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의무휴직 기간에는 월급의 100%를 줘야 휴직이 활성화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지금은 육아휴직 기간 동안 월 40만원의 급여만 받을 수 있습니다. 천 대표는 "이미 우리 사회의 많은 부부가 암묵적으로 출산파업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번 파업을 통해 정부와 정치권이 육아 문제를 보다 심각하게 고민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아이를 돌볼 권리를 얻기 위해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선언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천 대표는 주장했습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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